▲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을 공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가 형제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세 차례 주총 표 대결에서 동생에게 패배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사생결단’의 기세다. 최근엔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을 공개하는 카드까지 던졌다.

그간 주장해온 ‘후계 적통성’이 흔들릴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동생인 신동빈 회장에게 각종 비리 의혹의 책임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2010년부터 치매약 복용” 공개 파문

말로만 무성했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2010년부터 치매약인 ‘아리셉트(Aricept)’를 복용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 회사 관계자는 “치매 예방 차원에서 복용했을 뿐,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는 경영권 분쟁의 중대 변수로 꼽혀왔다. 지난해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된 뒤, 신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를 놓고 공방을 벌여왔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지지를 앞세워 ‘후계 적통성’을 주장해왔다.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고령의 나이 탓에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맞서왔다. 그 때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부인해왔던 신 전 부회장의 태도가 최근 돌연 바뀐 것이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지난 5월16일 휠체어를 타고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 공개는 신 전 부회장에게 위험 부담이 큰 사안이다. 당장 신동빈 회장 측과 벌이고 있는 여러 소송전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성년후견인 재판도 마찬가지다.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는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온전치 않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을 신청했다. 치매약 복용 사실이 공개됨에 따라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은 힘을 잃을 수 있다. 

그간 주장해온 ‘후계 적통성’도 흔들릴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앞세워 “적통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작성됐다고 하면, 위임장의 효력을 잃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을 공개한 것은 ‘검찰 수사’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그룹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펼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향후 드러나는 비리 혐의 책임은 신동빈 회장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이 각종 비리 의혹책임을 신 회장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 이같은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리 의혹 책임 떠넘기기 전략?

신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 반전을 꾀할 시간을 벌기 위한 노림수로도 풀이된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 세 번 연속 신 회장에게 패배했다. 최근 진행된 주총에서 ‘검찰 수사 악재’를 내세워 왕좌 탈환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마저 실패로 끝나면서 신 전 부회장은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신 회장이 구속되기라도 한다면 신 전 부회장은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듯 하다.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 측의 치매약 복용 공개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9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약물치료 내역이 유포된 것과 관련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극히 개인적인 일임에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치료기간, 약물 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금도를 넘은 불법 개인정보 유포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는 8월10일 열릴 6차 심리에서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