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 17:23
롯데, 이러다 일본기업 ‘된다’
롯데, 이러다 일본기업 ‘된다’
  • 윤길주 편집인
  • 승인 2016.07.07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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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위크> 윤길주 편집인
[시사위크=윤길주 편집인]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롯데 측이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보호막을 치고 있으나 신 회장의 신병처리가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 없다. 검찰이 과거 재벌 수사와 달리 꽤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검찰이 최근 불거진 전·현직 고위 검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덮기 위해 롯데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루머도 있으나 그건 중요치 않다. 재벌이라도 비리가 있다면 예리하게 도려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검찰 수사는 ‘왕자의 난’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항간에는 형인 신동주가 동생 신동빈을 제거하기 위해 비리 장부를 검찰에 넘겼다는 말이 나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악스럽게 싸우는 형제를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형과 동생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지엔 별 관심이 없다. 그들 중 누가 감옥에 가더라도 죄값을 받는다고 보면 인간적인 연민이 있을 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형제간의 암투 와중에 우리나라 재계 순위 5위 롯데가 망가지고, 경영권 공백을 틈타 일본 주주들이 야밤에 어떤 ‘모의’를 하고 있을지 걱정인 것이다.

일본인 주주들의 실체는 지난해 ‘왕자의 난’이 일어나면서 드러났다. 이들은 신동빈, 신동주 형제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언제라도 총수 자리에 옹립하거나 갈아치울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 이는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에서 연유한다.

한일 롯데그룹의 맨 꼭대기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있다. 과장급 이상 간부들로 구성된 일본 종업원지주회가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주가 최대주주인 광윤사(지분율 28.1%)에 이은 2대 주주다. 또 일본 임원지주회가 6%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종업원 지주회 지분과 합치면 33.8%에 이른다. 이들이 맘만 먹으면 롯데그룹을 통째 삼킬 수도 있다. 신동주가 신동빈에게 3전3패를 당한 것도 일본 주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신동주는 ‘3차대전’에 승부를 걸었다. 그는 지난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원 130명에게 1인당 25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사실상 의결권을 돈으로 매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신동빈의 손을 들어줬다.

종업원지주회는 신동빈의 경영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사람의 그동안 행보를 봤을 때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양측이 뭔가 밀약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동빈 측에서 신동주의 ‘25억원’보다 종업원지주회에 더 큰 떡을 안겨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동주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무한주총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신동주가 대주주인 광윤사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2대주주인 만큼 그가 원하면 주총은 끝없이 열릴 것이다. 그 사이 칼자루를 쥔 종업원지주회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게 빤하다. ‘1인당 25억원’이 ‘1인당 100억원’으로 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다급해진 신동빈이 더 큰 보따리를 풀지 모른다. 종업원지주회가 돌아서면 끝장이니까 말이다.

일본 종업원지주회는 양손에 떡을 쥔 격이다. 이들이 경이로운 인물로 여겼던 창업주 신격호는 큰아들에 의해 ‘치매노인’이 되고 말았다. 큰아들은 이기심에 눈이 멀어 오로지 경영권을 뺏어오는데 매달리고 있다. 현재 총수인 신동빈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가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되든 도덕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것만은 분명하다.

배고픈 하이에나 떼처럼 눈을 번뜩이며 이런 상황을 지켜본 일본 종업원지주회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해나갈지 주목된다. 이들은 창업 가문으로서 권위와 도덕성을 잃은 신씨 일가에게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계속 맡겨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쿠데타를 일으켜 창업주 신격호를 몰아낸 그들이다. 제2, 제3의 모반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게 지금 롯데그룹이 처한 현실이다.

신씨 일가의 자중지란, 일본 지주회의 숨긴 발톱을 보면서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 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형제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하면 이미 늦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