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2분기 연속 실적이 줄어드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애플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애플이 2분기 연속 매출이 줄었다. 아이폰 판매량까지 감소해 일각에선 애플 제국의 몰락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정작 애플은 저가폰인 아이폰SE 출시로 신규 사용자들이 유입됐고, 서비스 매출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그러나 서비스 매출 성장만 노리기엔 애플의 대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2분기 연속 매출·순익 감소, 원인은?

애플은 26일(현지시각) 2016회계연도 3분기(3월 27일~6월 25일, 미국 회계기준) 실적으로 매출 423억6000만 달러, 순이익 7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보다 높지만,각각 전년 동기대비 15%, 27% 줄어든 성적이다. 지난 2분기에 이은 실적 감소로, 전 분기엔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감소를 보였다.

애플의 실적 부진은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404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이 역시 전 분기에 이은 뒷걸음질이다.

이는 스마트폰 성능의 상향평준화와 더불어 중국 업체들 주도로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제품군으로 재편된 영향이기도 하다.

◇ 아이폰SE, 애플 구원투수?

3분기 실적 부진에는 애플이 지난 3월 말 공개한 아이폰SE도 영향을 끼쳤다. 아이폰SE는 프리미엄 전략만 고집하던 애플이 내놓은 중저가 폰이다. 구체적인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팀 쿡 애플 CEO가 이날 컨콜에서 “아이폰SE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다”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나름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년 동기대비 줄어든 판매량에 중저가폰인 아이폰SE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애플의 실적 감소를 가속화시킬 뿐이다. 3분기 아이폰의 1대당 평균판매가는 595달러로, 전년 동기(660달러) 대비 10%가량 줄었다.

애플은 아이폰SE의 출시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팀 쿡 애플 CEO는 “더 많은 고객을 애플 생태계로 유인할 수 있게 됐다”며 “아이폰SE를 통해 예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이폰 판매량은 줄었지만 앱스토어 애플뮤직 등 서비스 부문 매출은 같은 기간 19% 증가한 5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 애플이 2분기 연속 실적감소를 기록하며 부진을 겪고 있다.<애플 제공>

◇ 최종 선택지는 ‘iOS 개방’

팀 쿡 CEO의 발언과 아이폰SE 출시 등을 종합하면 애플은 기기 판매에서 벗어나 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익구조로 탈바꿈하려는 모양새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서비스 부문 성장을 이끌기 위해선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의 영향력을 확장해야 하는데, 아이폰SE만으론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아이폰SE는 중저가 폰이지만, 4인치 화면을 채택해 호불호가 갈린다.

좀 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을 출시한다면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애플이 서비스 업체로의 전환을 꾀한다면 최대의 카드는 운영체제 개방이다. 구글은 자신들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공개, 다양한 제조사들을 그들의 생태계로 끌어들였다.

물론 구글도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시리즈를 위탁 생산하지만, 그조차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장을 위함이다. 개방 결과는 다양한 디자인과 가격대의 제품이 시중에 나왔고, 고객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했다.

애플 역시 iOS라는 운영체제를 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만든 기기에 탑재할 수 있게 한다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애플의 매킨토시가 멋진 디자인과 좋은 성능을 갖고 있었음에도 폐쇄성으로 몰락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고려해볼 문제다.

다만 애플이 그간 ‘혁신’ ‘장인정신’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선택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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