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금속노조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타이어의 산재 은폐 행태를 고발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죽음의 공장’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또 다시 산재은폐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까지 받은 노동자를 ‘자해 사기범’이라며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오전 국회 정론관. 한 무리의 노조원들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이 든 현수막과 피켓에는 “최악의 산재기업 한국타이어를 고발한다” “산재 신청하면 자해공갈로 고소하는 한국타이어” “산재 은폐하려고 대부분 공상처리하는 꼼수 한국타이어” 등 한국타이어를 규탄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정미 의원이 먼저 한국타이어가 ‘최악의 살인기업’이란 오명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에서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9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2008년 이후 추가로 사망한 노동자도 38명이나 된다.

산재 실태는 더 심각하다. 이정미 의원은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지난 5년간 한국타이어에서 산재 피해를 입은 이들은 330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산재신청률 자체는 1%가 안 된다.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각종 비상식적 탄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쌍용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최근 한국타이어에서 벌어진 사례를 소개했다. 작업현장에서 재해를 입어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를 한국타이어가 고소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랜 시간 노동계에 몸 담아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2년여 전 한국타이어에 금속노조 지회가 생긴 덕에 그나마 이 문제가 밝혀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차례로 이번 사건의 실제 주인공 A씨가 나섰다. 그는 “이번 사고로 가정이 파탄 났다. 하지만 회사는 당초 약속을 뒤집고 나를 고소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한국타이어는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에 대해 자해 사기범이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시사위크>
◇ “산재 은폐 위해 온갖 방법 동원”

A씨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부상을 입은 것은 지난해 8월 5일이다. 그가 일하는 공정은 퇴근 전 모든 노동자들이 모여 인원확인을 한다. 과거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생긴 조치다.

그런데 이 순간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A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다시 생산라인으로 향해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는 이후 발생했다. A씨는 인원확인 장소로 서둘러 돌아가는 과정에서 넘어져 잔기 판넬에 부딪히고 말았다. 손목이 크게 찢어져 힘줄까지 파열된 부상이었다.

그를 찾아온 관리자는 “회사에선 자해를 했다고 소문이 파다하다. 산재를 신청하지 않으면 편의를 봐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이를 따랐다. A씨는 “생활이 힘들었던 저는 4개월 정도 쉬고 일을 할 생각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A씨가 복귀 의사를 밝히자 자해를 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요구한 것이다. 앞길이 막막해진 A씨는 노조의 도움을 받아 뒤늦게 산재를 신청했고, 지난 4월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그러자 한국타이어는 “A씨가 자해를 하고 부당하게 산재 요양을 하고 있다”며 그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 지회 측은 “한국타이어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진술만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고, 객관적 근거 없이 자해를 주장하는 등 산재를 은폐했다”며 “이번 사고는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면 치료를 받고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한국타이어는 노동자의 권리를 차단하고 범죄자로 몰아갔다”고 강조했다.

A씨 뿐 아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 지회는 최근 한국타이어가 산재 은폐를 시도한 사례를 추가로 공개했다. 지난 1월과 2월 부상을 입고 산재를 신청한 두 명의 노동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각각 견책과 경고 징계를 받았다. 다친 게 죄가 된 것이다. 또한 2014년 사고를 당해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다 지난 5월 산재를 신청한 B씨에 대해서는 “사고 및 통증 발생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며 요양급여신청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가 사내 한의원에서 치료와 운동처방을 받았음에도 그랬다.

산재 신청자에 대한 불이익과 산재 신청 자체를 막는 은폐행위도 계속되고 있다는 증언이다. 한국타이어 지회 측은 “산재 신청 다음날부터 일을 시키지 않고, 출근을 막는다. 여기엔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며 “또 산재 발생시 공상으로 처리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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