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LG전자와 모바일 반도체칩 위탁생산 사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인텔>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14년 AP ‘뉴클론’에 이은 두 번째로, 이번엔 인텔과 협력한다. 이미 삼성전자와 퀄컴 등이 장악한 AP시장에서 반도체 사업에 한 맺힌 LG전자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제인 볼 인텔 부사장은 1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포럼(IDF 2016)에서 “LG전자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 중”이라며 “자신들의 10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통해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가 설계한 AP는 인텔이 이번에 도입한 ARM의 반도체 설계 디자인 '아티잔(Artisan)'에서 양산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인텔을 통해 AP를 생산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적용 모델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AP개발에 한맺힌 LG전자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라고 불리는 AP는 컴퓨터로 치면 CPU(중앙처리장치)다. 즉,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다. 현재는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 애플 등 여러 글로벌 제조사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기술을 뽐내고 있다.

LG전자도 AP 개발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4년 ‘뉴클런’을 개발, 스마트폰 ‘G3 스크린’에 적용한 바 있다.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넘어갈 당시 남은 인력이 3년 이상의 연구 끝에 내놓은 제품이다. 하지만 성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엔 반도체 사업을 접게 되면서 역량이 축소된 탓도 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로선 김대중 정부시절 반강제로 넘긴 LG반도체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AP개발 실패 이후 퀄컴과 함께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은 뼈아픈 결과로 다가왔다.

지난해 출시한 ‘G플렉스 2’에 퀄컴 스냅드래곤 810칩을 탑재해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것. 당시 스냅드래곤 810칩은 발열이 심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출시된 G4와 V10에는 스냅드래곤 808칩이 채택됐다. 그러나 현존하는 AP 칩보다 한 단계 낮은 성능의 칩을 사용한 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미지 구축에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 시리즈를 갤럭시S6과 갤럭시노트5에 탑재해 논란을 비껴갔다.

LG전자의 AP 개발에 대한 의지는 스마트폰 차별화 확보 및 자체 생산한 AP를 통한 최적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실리콘웍스가 LG그룹 계열사들의 반도체 부문을 통합할 때도 SIC(시스템반도체) 센터를 유지했다. 실리콘웍스는 LG그룹이 2014년 인수한 업체다. 지난해 LG그룹 계열사인 루셈에서 CoF(칩온필름) 공정부문을, LG전자에선 디스플레이 사업을 양도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업계의 화두는 IoT(사물인터넷)으로, 스마트폰은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중심”이라며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AP개발에 역량을 투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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