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경은(사진) 현대증권 사장이 KB금융지주로 매각되기 두 달 전 2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거액 성과급’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1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도 2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챙긴 탓이다. 회사 측은 경영 성과에 따른 정당한 포상금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안팎 시선은 싸늘하다.

◇ 본인이 성과보상위원장, '셀프 성과급' 논란

윤경은 사장이 올 상반기 챙긴 성과급은 약 20억원이다. △당기순이익 증가에 따른 임원성과급(6억원) △2014년~2015년 흑자 시현으로 회사 매각 추진 과정에서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한 공로 포상금(14억원)이 포함됐다. 쉽게 말해 윤경은 사장이 기업가치를 높여 KB금융지주에 비싼 값으로 판 것이 거액 보너스 지급의 배경인 셈이다.

현대증권 직원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당장 노조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했음에도 윤경은 사장만 거액의 성과급을 챙긴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증권 일반 직원의 상반기 평균연봉은 약 5000만원이다. 5대 증권사(자기자본 기준) 중 4위 수준이다. 특히 본사 여직원이 받은 돈은 2700만원 수준이다. 중소형사인 교보증권이나 SK증권보다도 적다.

임원에 대한 성과급은 경영성과에 따른 일종의 포상금이다. 경영을 잘해 좋은 실적을 냈다면 그에 상응한 포상금을 받는 것은 정당한 경영활동의 일환이다. 다만,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 절차적 타당성이 결여됐다면 얘기가 다르다.

윤경은 사장에 대한 성과급 규모는 ‘성과보상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성과보상위원회는 윤경은 사장을 비롯해 김상남(사외이사) 전 노동부 차관과 최관(사외이사) 성균관대 교수 등 3명으로 이뤄졌다. 윤경은 사장은 성과보상위원회 위원장이다. 상반기 성과급 책정을 직접 총괄하고 심의한 셈이다. 위원장의 권한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의결이 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많다.

거액 성과급 지급에 대한 명분도 논란거리다. 현대증권은 윤경은 사장에 대한 성과급 지급 배경으로 ‘회사 매각 추진 과정에서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거론했다. 현대증권은 그러나 KB금융지주 인수 과정에서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 지난해에도 10억 성과급… 직원들 “이해할 수 없다” 불만 고조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현대증권이 2005년부터 자기주식을 주당 평균 9996원에 매입해 KB금융지주에 주당 6410원에 팔았다는 이유로 지난 3일 윤경은 사장을 고발했다.

더구나 윤경은 사장은 2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난 1월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이 KB금융지주에 팔리기 두 달 전이다. 센터 측은 성명을 통해 “윤경은 사장이 성과급 20억원을 1월에 미리 받은 것은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이 서로 짜고 매각했다는 방증”이라며 “기업들이 대주주 이익을 위해 자기주식을 악용하면서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경은 사장은 지난해에도 성과급 문제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윤경은 사장은 2015년 상반기에 총 10억8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5년 상반기 동안 급여 3억5000만원에 직무수당 1억3000만원, 포상금 6억원을 챙겼다.

▲ 현대증권 측은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시사위크 DB>
당시 현대증권은 “2014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기 428억원 적자에서 373억원 흑자전환 했고 경영정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보상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현대증권이 흑자전환한데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증권 시장 호황 덕이 컸다.

실제로 현대증권은 2014년 9월 전체 직원의 15%인 4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전격 실시하고 12명의 임원 사표수리, 18개 지점 통폐합이라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2015년 6월말 정규직 직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4명 줄어든 186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이 기간 동안 비정규직 직원은 167명에서 406명으로 143%나 늘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CEO의 성과급 규모는 성과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보상위 과반수로 결정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윤경은 사장) 독단적으로 (성과급 규모 등을)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31일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한 KB금융지주는 6월 1일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통합추진단’ 발족을 기점으로 연말까지 통합 법인 출범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통합사명은 ‘KB증권’으로 확정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연말 통합이 끝나는 시점에 KB증권의 새 CEO를 선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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