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와 회계감사 법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부실경영과 각종 비리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 및 회계감사 역시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시견' 역할을 해야 될 사람들의 직무유기로 회사가 망가졌다는 것이다.   

‘낙하산’ ‘허수아비’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들은 비교적 쏠쏠한 보수를 챙기며 찬성표만 던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계법인에 지급한 금액은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 낙하산 전성시대, 부실·비리로 멍든 대우조선해양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 이후 박근혜 정권 기간인 최근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선임 및 의사회 의결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 결과 선임된 24명의 사외이사 중 정치권·금융권·관료 출신 등 ‘낙하산 인사’가 17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영 의원 측은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24명의 사외이사 중 ‘정피아’로 분류되는 인물이 9명, ‘금피아’로 분류되는 인물이 5명, ‘관피아’로 분류되는 인물이 3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2008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5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물갈이했다. 정동수 전 환경부차관은 임기가 남아있었고, 허종욱 전 한국기술금융 대표는 재선임 됐다. 새롭게 선임된 인물들은 이정수 전 대검찰청 차장 및 김앤장 소속 변호사, 안세영 전 산업자원부 국장, 이강륭 전 조흥은행 부행장 등이었다. 모두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며, 특히 안세영 사외이사의 경우 뉴라이트 정책위원장 경력을 지닌 정치권 인사였다.

1년 뒤인 2009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4명의 새얼굴이 등장한다. 이정수 사외이사가 3개월여 만에 물러나고, 허종욱·이강륭 사외이사도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퇴임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외이사 4명은 김영 전 부산MBC 사장, 장득상 전 힘찬개발 대표, 배길훈 전 일신제강 대표,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다. 이들 중 김영 사외이사는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당 대선 선거대책 본부 고문을 맡은 전력이 있다. 장득상 사외이사는 현대건설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 인물이다.

2011년에 새로 선임된 2명의 사외이사는 모두 정치권에서 출발한 낙하산 인사였다. 김지홍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김영일 전 글로벌 코리아 포럼 사무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영일 교수는 2006년 지방선거 때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의 특별보좌역을 맡았었다. 글로벌 코리아 포럼은 ‘친이’로 분류되는 단체다.

2012년에는 ‘금피아’로 분류되는 한경택 전 신용보증기금 감사와 함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새롭게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에 오른 인물 중 대부분은 낙하산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기조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계속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4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이 중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신광식 전 김앤장 상임고문, 고상곤 전 대우증권 사외이사는 모두 정치권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신광식 사외이사는 제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고상곤 사외이사는 보수단체 자유총연맹 이사 출신이다. 또 같은 시기 경영학과 교수로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상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출신이다.

2015년엔 3명이 새롭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국회의원 출신도 등장한다. 17대·18대 한나라당 소속으로 활동한 이종구 전 의원이다. 그는 지난 4·13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갑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 현재 국회에 재입성했다.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기획조정실장 출신의 이영배 사외이사는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보좌관을 지냈다.

김해영 의원에 따르면, 이 기간 사외이사에게 지급된 보수는 총 25억1000만원이다. 주목할 점은 이사회 의결 현황이다. 111회의 이사회가 열려 346건의 안건이 상정됐는데 하나도 빠짐  없이 통과됐다. 사외이사들은 98.3%의 찬성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영 의원 측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오히려 기업의 거수기 역할을 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비리 규모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 2008년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선임된 24명 중 17명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시사위크>
◇ 회계법인에 돈 펑펑… 수상한 감사보수

사외이사 뿐 아니다. 회계 전반을 검토하는 회계법인도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최근 10년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법인 계약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이다. 현재는 삼일PwC가 맡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회계감사에 따른 보수다. 10년 동안 회계법인에 지급된 돈은 총 68억9000만원에 달했다. 특히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딜로이트안진과의 계약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0년 2억8000만원이었던 감사보수가 2011년 4억1000만원, 2012년 4억7000만원, 2013년 4억7000만원, 2014년 5억4600만원, 2015년 8억2000만원으로 뛴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회계법인 선정의 일반적인 관행도 따르지 않았다.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한 회계법인을 배제하는가하면, 해당 회계법인이 제시한 금액보다 높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이 돈을 앞세워 회계법인을 길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2006년 이후 회계법인들에 지급한 비상식적인 보수는 부실감사 및 분식회계와 연관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위기에 빠진 데에는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경기침체와 이에 대한 대응 실패가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위기를 통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민낯’은 대우조선해양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미 구속기소된 경영진과 측근, ‘귀족 노조’라고 손가락질 받는 현장노동자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내부의 도덕성과 외부의 감시기능이 모두 마비된 결과였다. 정치권력이 내리꽂은 사외이사의 방만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우리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구태’가 빚어낸 참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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