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 15:20
김형준, '정의검사'서 ‘스폰서 검사’로 전락한 인생유전(人生流轉)
김형준, '정의검사'서 ‘스폰서 검사’로 전락한 인생유전(人生流轉)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6.09.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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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준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으로부터 향응과 금전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사진은 2015년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을 맡아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형준 부장검사가 고교동창으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8일에는 이 과정에 김형준 부장검사의 한 후배 변호사가 계좌를 빌려줬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법조계 전반의 카르텔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형준 부장검사는 올해 2월과 3월 동창 김씨로부터 각각 500만원과 1000만원을 계좌를 통해 받았다. 이 중 500만원은 유흥업소 여종업원 계좌로 들어갔고, 1000만원은 김 부장검사의 후배인 박모 변호사의 계좌로 입금됐다.

◇ 스폰서 검사 의혹, 대검 특별감찰팀 구성

의심되는 대목은 박 변호사와의 유착관계다. 박 변호사는 김 부장검사와 검찰 선후배 관계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8일 추가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올해 초 박 변호사의 계좌에서 김 부장검사의 계좌로 1000만원이 이체됐다. 당시는 박 변호사가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을 관할한 곳이 서울 남부지검으로 김 부장검사가 근무하던 지역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 측은 김 검사가 다음날 반환하겠다며 급전을 요구해 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다음 날 돈을 반환하겠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줬더니 다른 사람(김 부장검사의 동창)이 돈을 보내왔다. 계좌를 빌려준 것은 아니다”라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명했다.

▲ 검찰은 7일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이 사건조사에 나섰다. 특별감찰팀의 활동에 따라 의혹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뉴시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를 맡고 있는 검사와 피의자 신분의 변호사가 금전을 거래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까지 김 부장검사는 동창으로부터 1500만원을 수수한 내용만이 밝혀졌으나, 조사가 진행되면 의혹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내용은 김 부장검사의 고교동창인 김씨의 폭로에 의해서 드러났다. 사업가인 김씨는 이른바 ‘보험’으로 고교동창이었던 김 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했다. 사기·횡령 혐의를 받고 있던 김씨는 김 검사에게 구조를 요청했으나 지난달 26일 자신에게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를 폭로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을 제보받은 <한겨레>는 “김 부장검사를 뒷바라지 하던 고교 동창 사업가 김씨는 위기의 순간 믿었던 보험관계가 작동하지 않자 함께 죽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 녹취록에는 김 검사가 김씨를 구명하기 위해 했던 활동이나 수사대응 지시, 향응접대를 암시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충격을 안겼다.

◇ ‘본립도생’ 외쳤던 검사는 지금 어디에…

최근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금태섭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은 끝없는 검찰의 비리에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이 이번에도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면 국민적 공분이 폭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김 부장검사가 ‘정의’로운 검사로 통했다는 점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검사에 임용된 그는 금융범죄분야에서 활약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특히 김 검사는 2011년 <동아일보>에 ‘월가 탐욕에 칼 들이대는 뉴욕 검찰’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칼럼에서 금융비리 근절을 위한 한국 검찰의 활약을 주문한 김 검사는 “한미 양국 검찰 모두 경제정의 파수꾼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편법과 부패, 비리의 반칙을 모니터링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3년 ‘전두환 추징금’ 특별환수팀을 맡았던 일화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팀장 자격으로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 검사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환수업무에 임했다. 이번 환수팀의 업무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드는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립도생’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본립도생은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논어 학이편 2장에 등장한다. 이를 두고 여론에서는 ‘본립도생을 외쳤던 그 검사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빈축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