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중앙보고대회에 나란히 참석한 김정일과 김정은. 이 모습이 전해지면서 김정은이 권력 승계자로 부상했었다. <북한 조선중앙TV 녹화화면>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하나의 대안으로 ‘레짐체인지’(정권교체)가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레짐체인지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그 기류가 읽히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SLBM 발사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을 겨냥해 ‘불안한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켰고, 최근에는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라고까지 말했다. 북한 핵개발의 원흉을 북한 전체로 확대하기 보다는 ‘김정은’ 한 명으로 범위를 축소한 셈이다.

 

목표하는 바는 ‘북핵 억제’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북한 붕괴’로 받아들이고 통일정책의 한 방향으로 해석하지만, 결은 다르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김씨 세습정권을 무너뜨리게 되면 통일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 시점의 ‘레짐체인지’는 김정은 일가와 북한의 엘리트, 그리고 주민들을 분리시켜 북한정권의 주도층을 교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이는 북한정권의 ‘존립’은 원하지만 ‘핵개발’은 원치 않는 중국과의 이해관계와도 일부분 일치한다.

‘성공가능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는 일리가 있다. 김정은 정권이 존재하는 한 대북 강경책이나 유화책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진보정부 10년과 보수정부 9년의 대북정책이 모두 북한의 핵억제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시리아 내전을 지켜보고 있는 김정은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시리아 개방 지켜본 김정일, ‘하페즈는 바보, 핵만 있었더라면…’
 

▲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의 사후 권력을 승계받았다. 전세계를 통틀어 시리아는 북한과 가장 유사한 독재체제로 평가받았다.

시리아는 전세계를 통틀어 북한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폐쇄적 독재체제로 평가된다. 바샤르 알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아버지인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의 사후 정권을 승계 받았다. 아사드 부자가 세습독재로 시리아를 집권한 기간만 40년이 넘는다.

 

다만 정권을 이어받을 당시 바샤르 대통령의 정치기반은 다소 약했다. 그래서 서방세계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부 개방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1년 ‘아랍의 봄’ 열풍을 타고 시리아에도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다. 현재는 바샤르 대통령의 정부군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군으로 나눠져 5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 초 김정일은 시리아의 이 같은 미래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견했다고 한다. 한반도원자력기구(KEDO) 사업에 미국 측 주요관계자로 참석했던 한 교수는 “시리아가 일부였지만 서방에 의해 강제로 개방되는 것을 보고 (김정일이) 굉장히 불안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일이 “결국 시리아 (세습독재) 정권은 몰락을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사후, 권력승계를 앞두던 시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세습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편으로 ‘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고위 인사들은 “하페즈는 바보다. 핵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서방의 압력에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김정일 역시 종전협상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핵보유를 전제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생각은 김정은 정권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SLBM 등 핵무기화에 더욱 매달리는 모양새다. 세습독재의 약한 정통성을 보완하고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는 핵개발 외에는 사실상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몰락과정을 지켜보는 김정은 정권이 절대 핵을 포리할 리 없다는 것. 유화정책을 쓰면 숨어서, 강경정책을 쓰면 대놓고 개발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실질적인 북핵 억제를 위해서는 기존의 강경책이나 유화책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틀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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