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그룹이 아우디와 손을 잡은지 1년 만에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476대. 지난 8월 국내에서 판매된 아우디 차량 숫자다. 500대에도 미치지 못한 아우디는 8월 수입차 판매순위에서 간신히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우디의 지난해 국내 판매 실적은 총 3만2538대. 월 평균 2711.5대를 팔았다. BMW, 벤츠, 폭스바겐의 뒤를 이어 4위를 차지했다. 2009년 이후 연간판매 순위에서 4위권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는 아우디다.

평소의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과 속절없이 추락한 판매순위는 지난해 불거진 ‘아우디폭스바겐 인증조작’ 사건에서 비롯됐다. 환경부는 지난 8월 2일 아우디·폭스바겐·벤틀리의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 처분을 내렸다. 인증취소는 판매정지를 의미한다.

인증취소 모델엔 A1, A3, A4, A5, A6, Q3, Q5 등 아우디의 ‘주력 모델’이 대부분 포함됐다. ‘사실상 퇴출’이란 말이 나올 법한 초유의 사태다. 아우디의 유일한 위안은 같은 그룹의 폭스바겐보단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것뿐이다. 폭스바겐의 8월 국내 판매실적은 76대다.

◇ 아우디 손잡은 지 1년 만에 ‘초유 사태’

속상한 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만이 아니다. 수입차업계의 강자인 코오롱그룹은 아우디의 손을 덥석 잡은 지 1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해 8월 초, 송파·위례신도시 지역의 판매 및 고객서비스를 담당할 딜러사로 (주)코오롱을 선정했다. 당시 결정은 수입차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코오롱은 전통적인 ‘BMW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같은 독일 브랜드인 BMW와 아우디는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고, 딜러사가 겹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통념을 코오롱이 깬 것이다. BMW조차 당혹감을 나타냈을 정도로 수입차업계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이후 코오롱그룹은 BMW 파트너인 코오롱글로벌과는 별도로 아우디 전담인 코오롱아우토(옛 네오뷰코오롱)를 수입차업계에 투입했다. 코오롱아우토는 지난해 12월 송파전시장 오픈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지난 2월엔 경영악화로 폐업한 참존모터스의 서울 대치 지역 딜러권을 넘겨받았고, 5월엔 잠실에 세 번째 전시장을 오픈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확장세는 인증취소 논란과 함께 ‘올 스톱’ 상태가 됐다. 전시장 확장은커녕 ‘버티기’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인증취소로 인해 판매할 수 있는 모델이 크게 줄어들어, 직원 급여 등 운영비 충당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코오롱아우토에 65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뜻밖의 악재를 만나게 됐다. 향후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코오롱아우토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코오롱아우토 관계자는 “사업 시작단계인 우리로선 어떤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고 답했다.

◇ 잘 나가는 ‘옆집’ 효성그룹에 더욱 쓰린 속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코오롱아우토에 큰 애착을 보인 바 있다. <뉴시스>
라이벌인 효성그룹의 ‘승승장구’를 보면 속이 더욱 쓰릴 수밖에 없다. 효성그룹은 더클래스효성, 효성토요타, 더프리미엄효성, FMK 등을 통해 벤츠, 토요타, 렉서스, 페라리,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최근엔 재규어랜드로버의 딜러권도 확보했다.

그중에서도 주력 브랜드인 벤츠는 올해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며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8년 연속 1위를 지켜온 BMW를 제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BMW는 코오롱그룹의 주력 브랜드이기도 하다.

토요타와 렉서스, 페라리, 마세라티 등 다른 브랜드도 수입차시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가운데서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 분야에 강점을 지닌 토요타와 렉서스의 경우 아우디폭스바겐 사태의 반사이익도 일정 부분 봤다.

이처럼 코오롱그룹과 효성그룹을 비교하는 관점에서 봤을 때, 최근 상황은 효성그룹에 절대적으로 좋다. 아우디는 인증취소에 발목을 잡혀있고, 벤츠는 BMW를 앞질렀으며, 중·소 브랜드의 실적도 효성그룹과 손잡은 쪽이 더 나은 상황이다.

재벌 3세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및 조현상 부사장 형제는 수입차업계의 라이벌로 통한다. 최측근을 코오롱아우토 대표로 투입하는 등 애착을 가졌던 이웅열 회장이기에 최근 상황은 아쉬움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다각화를 통해 위험요소를 분산하고, 수입차업계 판로를 넓히겠다는 코오롱그룹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으나, 인증취소 사태가 실제 벌어질 줄은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나마 대기업 계열인 코오롱아우토는 재인증까지 버티기가 크게 어렵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판매재개 시점과 그 이후 수입차업계의 판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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