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6월 편의점 CU가 사단법인 독도사랑운동본부와 함께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앞에서 독도수호 행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편의점 1위 CU가 독도를 활용한 '꼼수' 마케팅을 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U는 다음달 독도의 날(10월25일)을 기념해 자전거 대회를 여는데, 참가비 절반 가까이를 자사 상품권 지급에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 참가자 이름으로 독도 단체 기부하겠다더니...

‘CU AROUND KOREA for DOKDO’. 다음달 30일 열릴 독도 자전거 대회 이름이다. 주최사인 CU는 대회를 한 달여 앞둔 지난 19일, 참가자를 모집한다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이 대회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비경쟁 대회인 만큼 사이클 선수도 참가할 수 있다. 미성년자도 부모의 동의만 있다면 독도 사랑에 동참할 수 있다.

위 자격을 충족했지만 대회 참가가 힘든 경우가 있다. 바로 참가비가 없는 경우다. 이날 대회는 무료가 아니다.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된 참가비를 내야 한다. 적게는 2만5000원에서 많게는 3만8000원이다.

기업이 주최하는 공익적 캠페인에 수만 원의 참가비가 필요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대회와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독도 기부에 쓰일 자금 모금이다.

CU 역시 대회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CU는 대회 홈페이지에 “우리모두의 참여로 만들어진 본대회는 CU와 참가자의 이름으로 독도사랑운동본부에 기금이 전달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CU의 약속은 ‘거짓’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매체를 통해 참가자들이 낸 돈은 한푼도 독도단체의 후원금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전거 대회 참가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참가비 절반, CU 상품권 구매에 사용

독도 자전거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푸짐한 선물이 제공된다. 유니폼인 티셔츠와 최장 7시간인 레이스를 위해 필요한 영양 보충제 그리고 초코바 등이다. 코스를 완주한 사람에게는 기념 메달이 주어진다. 이들 물품 대부분은 대회를 후원하는 5개 협찬사에서 제공된다.

선물은 또 있다. CU 모바일 상품권이 그것이다. CU는 참가비에 비례해(▲25km-6000원 ▲ 50km-8000원 ▲80km-1만3000원 ▲100km-1만5000원 ▲150km-1만8000원) 상품권을 지급한다. 위 금액은 참가비의 24~47%에 해당한다. CU가 참가자들에게 대회 참가를 조건으로 상품권을 강매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부분이다.

선물이라며 제공되는 상품권은 CU의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될 뿐 아니라, 나머지 참가비까지 더하면 대회 준비 비용을 상당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이번 대회가 독도와 무관한 건 아니다. 전국 1만여개 매장에서 참가자들은 독도 티셔츠를 입고 독도의 날을 알린다. 독도단체 기부도 실제로 이뤄진다. 다만 참가자들은 제외한 채 CU모회사 BGF리테일이 마련한 별도의 재원으로 기부된다.

◇ ‘독도·광복절·태극기’… CU의 애국 마케팅 왜?

CU는 애국 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독도 외에도 수년째 삼일절과 광복절을 기념한 다양한 행사를 펼쳐왔다. 바람직스러운 일이지만 이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도 보인다.  

국내 편의점 1위 CU의 모태는 일본 훼미리 마트다. 2012년 BGF리테일은 자사 브랜드인 CU를 출범시켰다. 22년 만에 훼미리 마트와 작별을 고한 건, 비싼 로열티와 일본 본사의 경영 간섭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이라는 세간의 시선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훼미리 마트가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기업이라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CU는 역풍을 맞을까 전전긍긍했다. 그때마다 CU는 “독도 후원도 하고 있고, 광복절에는 독립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훼미리 마트와 무관하다고 호소했다.

이번 자전거 행사와 관련해 CU관계자는 “독도의 날을 알리고자 좋은 취지에서 행사를 준비했는데, 대행사와 업무상 차질이 빚어져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홈페이지에 공지되는 일이 발생해 죄송하다”며 “현재는 행사 홈페이지에서 문제가 된 문구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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