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록치 않은 경제 상황 속에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해보다 일찍 인사를 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재계 인사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사철’은 연말이다. 보통 10월경에 인사 평가를 시작해, 11~12월에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곤 한다. 그런데 아직 단풍이 들지도 않은 시점에 주요 대기업의 굵직한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12월에 실시하던 인사를 두달이나 앞당겨 실시한 것이다.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빠른 인사다. 한화그룹의 지난해 인사는 12월에 있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7일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11월 3일과 비교하면 보름 이상 빠르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최근 경영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기 인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인 금춘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부사장·전무급 인물의 발탁이 이뤄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기존의 최길선 회장-권오갑 사장 체제를 권오갑 부회장-강환구 사장 체제로 바꾸고, 전무급을 사업대표 및 자회사 대표로 대거 등용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돌파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주요 임원들이 수사를 받고 있어 인사 시기가 불투명하다.<뉴시스>
◇ 고민 깊은 삼성-현대-롯데, 물갈이 시점은?

다른 기업들의 인사도 예년에 비해 빨리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최근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7일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진 않을 전망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책임자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갤럭시노트7 발화 파문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시기는 최대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올해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에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및 수입차의 거센 공세 속에 내수시장 점유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중국 등 해외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14일 국내영업본부장을 갈아 치우는 인사를 했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적극적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상황이 더 엄중하다. 검찰은 오는 19일 롯데그룹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행히 구속은 면했지만, 신동빈 회장과 주요 임원의 기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따른 공백을 막고,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기 인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인사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SK그룹도 조기 인사 가능성이 대두된다. 한동안 최태원 회장의 공백을 겪은 SK그룹은 이 기간 굵직한 사장단 인사가 없었다. 또 SK그룹의 CEO세미나는 예년보다 2주 빠른 지난 12~14일에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죽을 수 있다”며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재계관계자는 “인사를 조금이라도 빨리 실시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좋지 않은 경제상황 속에 올 연말 분위기도 확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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