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진행한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두 재단의 이름은 직접 말하지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에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진행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절반 이상을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과 관련된 의혹을 부정하는 데 할애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 씨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해명’에도 야당의 공세는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경제단체 주도로 설립된 두 민간재단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고 운을 뗐다. “앞으로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적인 두 축으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면서 “이제는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두 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르재단이 관여한 각종 사업에 대해 “현지 언론에서도 매우 탁월한 발상의 사업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와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세계에 퍼트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면서 높게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은 재계 주도로 설립됐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면서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야권을 향해서는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가 지나친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금태섭 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 “논란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해소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금 대변인은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수적”이라면서 “두 재단에 불법행위가 있는지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밝은 면만을 강요하고 있지만, 이미 두 재단의 어두운 그림자가 여실히 드러난 상태”라며 “위기의 주범인 측근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무작정 논란을 덮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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