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사 '아거스필름'에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수익배분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독립 영화사의 수익배분 이슈가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년 전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그 주인공이다. 흥행에 따른 정당한 수익배분이 뒤따라야 하는지, 영세 제작사의 입장을 고려해 수익을 보전해줘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 제작사‧정치권 “영세업체에 수익배분이라니”

지난달 제작사 아거스필름은 방송콘텐츠진흥재단으로부터 수익보고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아거스필름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독립제작사로는 비교적 성공적인 수익을 얻었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낸 수익은 163억6400만원에 달했다. 제작사 측은 “세금 및 극장, 투자사, 배급사 등에 수익이 배분되고 나면 제작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총수익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작 당시만 해도 영세한 업체의 입장을 고려해 재단은 3000만원의 지원금을 내줬다. 이후 아거스필름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자 재단은 지원금에 따른 수익배분을 요청했고, 업체는 이를 거부했다. 아거스필름 측은 지원금 3000만원을 기부금 형식으로 재단에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재단은 저작권 지분에 따른 수익을 원하고 있다.

2013년 아거스필름은 재단에 제작비 지원을 요청하면서 ‘콘텐츠수시제작지원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제작사가 70%, 재단은 30%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재단이 해당 저작권 조항을 발동할 경우, 제작사는 전체 수익의 상당량을 재단에 내줘야 한다.

아거스필름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재단을 비판하고 있다. 아거스필름 한경수 대표는 “이 저작권 조항은 방송사가 저작권 100%를 가져가는 약탈적 계약에서 영세제작사를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 조항”이라며 “재단에선 이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믿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갑자기 수익배분을 요구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아거스필름 측은 이번 분쟁 결과가 독립영화 업체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대표는 “만일 우리가 재단에 저작권료에 따른 수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이는 독립영화 지원 시장에 하나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진흥재단이 지원한 작품이 100여개인데 이 지원작들에 또 다시 수익을 요구하는 빌미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재단이 설립취지와 제작 지원의 본래 목적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며 비판했다.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비영리단체가 독립제작사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제작비를 지원하는 활동은 통상적으로 무상으로 이뤄진다”며 “이를 상황에 따라 상업영화계의 투자처럼 수익 배분의 근거로 사용한다면 제작지원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 진흥재단 “독립영화계 선순환 구조 위한 것”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은 2009년부터 매년 20개 안팎의 독립영화사에 3000~5000만원 규모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 김동령 감독의 ‘거미의 땅’, 박혁지 감독의 ‘춘희막이’ 등이 대표적인 지원작으로 꼽힌다. 8년 간 100여개의 작품이 진흥재단의 지원을 거쳐 스크린관에 걸렸다.

재단이 지원작에 저작권 권리행사를 검토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 관계자는 “독립영화가 잘 되어도 수익배분을 요청할 정도의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한 번도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독립 영화가 이렇게 흥행한 사례가 처음이라서 수익배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거스필름이 1차적 수익보고마저 거부하고 있어 명시적인 수익 배분을 요청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재단은 수익배분이 상업적 이익창출을 위한 ‘갑질’이라는 논란에 억울함을 표했다. 성공작의 수익배분을 통해 독립영화 업계에 ‘지원-흥행-지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도 정기예금‧금리 등 이자수익과 기부금 외에는 정부지원금조차 받지 않고 운영돼 영세한 입장인데 우리가 무슨 갑이냐”며 “아거스필름이 수익의 일부를 재단에 돌려준다면 이는 다른 신생 독립영화사의 영화 4~5편을 지원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 조항을 발동하지 않겠다는 것도 재단 측의 공식 입장이 아닌, 업계 풍문을 듣고 업체가 오해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재단은 아거스필름이 더 이상 영세업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독립영화가 잘 돼도 1~2억의 수익이 고작인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수익은 독립영화 업계서는 엄청난 수준”이라며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나자 영세한 업계 사정을 외면하고 나눔을 거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아거스필름 측에 다시 수익보고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할 예정이다. 아거스필름은 수익보고에 응할 경우 저작권 발동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거부할 계획이다. 양측의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재단은 아거스필름이 수익보고를 재차 거부할 경우 민사소송에 따른 법적 판단을 받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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