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와 이를 활용한 ‘꼼수 승계’에 대해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는 ‘마이웨이’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 내부거래 비중 ‘최대 100%’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15개 대기업 SI계열사 중 한국타이어그룹의 엠프론티어의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엠프론티어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87.1%에 달했다. 2013년 51.2%에 비하면 2년 새 35.9%나 증가한 것이다.

SI계열사란, 그룹 내 계열사들의 정보통신부문을 담당하는 곳을 말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일감 몰아주기가 용이하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재벌 일가들이 이를 경영권 승계에 악용한다는 점이다. 자녀들이 지분을 가진 SI계열사를 마련해 일감 몰아주기로 회사를 키운 뒤 승계에 이용하는 일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엠프론티어 역시 마찬가지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40%), 조양래 회장의 두 아들인 조현식 사장(24%)과 조현범 사장(24%), 그리고 딸 조희경(12%) 씨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엠프론티어를 뛰어 넘는 곳도 있다. 신양관광개발이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매출 100% 모두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2014년 역시 마찬가지고, 99%의 2013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양관광개발의 지분은 조양래 회장의 네 형제자매가 나눠 갖고 있는 구조다. 조현식 사장이 44.12%로 가장 많고, 조현범 사장은 32.65%를 보유 중이다.

타이어 금형업체인 엠케이테크놀로지도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이 97%를 넘는다. 역시 조현식 사장(20.0%)과 조현범 사장(29.9%)이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다. 나머지 50.1%는 한국타이어가 지분을 갖고 있다.

이처럼 사실상 후계자들의 ‘개인회사’격인 계열사들은 향후 승계작업에 적극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 창구 역할은 물론, 합병 등을 통한 경영권 확보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이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부문을 강화한 뒤,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이 타이어부문과 비타이어부문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해 한온시스템 지분을 사들였고, 최근엔 자회사 아트라스BX의 상장폐지를 추진하며 “M&A를 위한 총알 마련에 나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M&A를 향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자녀 소유의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승계에 활용하는 방식은 아주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이는 세금 회피 등 여러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그룹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타이어 업종 특성상 기술보안 문제로 인해 시설관리를 외부업체에 맡기기 쉽지 않다”며 “신양관광개발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높긴 하지만 매출 규모 자체는 아주 작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업체들의 경우 그룹 내 매출 비중을 줄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를 승계문제와 연결 짓는 것은 사실과 다른 추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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