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일고속의 3세 승계가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모습이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천일고속이 논란을 뒤로 한 채 승계작업의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천일고속 오너일가는 지난 16일, 보유 주식 변동을 공시했다. 박재명 회장과 두 아들 박도현 사장 및 박주현 부사장이 장외거래를 통해 주식을 사고 판 것이다. 박도현 사장은 2만6900주, 박주현 부사장은 1만6200주를 각각 사들였다.

이번 주식 거래는 지난 16일 이뤄졌으며, 취득 및 처분 단가는 주당 9만3000원이었다. 이날 천일고속 주가였던 8만7500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이로써 박도현 사장의 지분은 43.09%에서 44.97%로 올랐고, 박주현 부장의 지분도 36.11%에서 37.24%로 올랐다. 반면 박재명 회장의 지분은 4.24%에서 1.22%로 낮아졌다.

천일고속 오너일가 사이의 이번 주식거래가 경영권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규모는 아니다. 천일고속은 이미 ‘후계자’인 박도현, 박주현 형제가 지분을 상당부분 확보한 상태였다. 2세에서 3세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박도현 사장과 박주현 부사장의 ‘자금 확보’ 차원으로도 읽힌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할아버지인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으로부터 총 68.77%에 달하는 지분을 증여받은 바 있다. 때문에 막대한 증여세가 발생했고, 현재 두 사람은 주식 중 일부를 연부연납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다. 두 사람은 아버지로부터 주식을 사들인 날, 부산은행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증여세’ 마련을 위한 행보로 추정된다.

◇ 천일고속의 ‘구시대적’ 민낯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천일고속의 ‘3세 승계’는 이렇듯 꿋꿋하게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천일고속의 승계작업이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4월이다. 고 박남수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주식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박남수 명예회장은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주식 68.77%를 실명 전환해 모두 두 손자에게 증여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규모의 주식 차명보유이자,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천일고속이 보인 행보 역시 논란거리였다. 3세 경영인들이 지분을 대거 확보하자, 천일고속은 좀처럼 하지 않던 배당을 ‘통 크게’ 실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85억원의 배당을 실시했고, 올해는 아예 1분기와 2분기, 3분기에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 명목으로 오너일가에게 돌아간 자금만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천일고속의 ‘통큰 배당’은 해당 기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보다 배당금이 컸다. 배보다 배꼽이 컸던 셈이다. 하지만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감사 중 한 자리는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의 처남이 20년 넘게 차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3세 승계 과정에서 드러난 천일고속의 ‘구시대적 행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는 천일고속이 속한 천일그룹의 규모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천일고속은 천일여객과 천일고속을 바탕으로 경남지역 최대 여객운수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건설, 터미널, 레저, 유통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박도현, 박주현 형제와 사촌지간인 박신현 천일여객 총괄사장은 지난 5월 LS그룹의 구자용 E1 회장 딸과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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