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우리나라 9대 그룹 총수들이 6일 ‘최순실 청문회’에 출석했다.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알맹이’는 28년 전과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9명의 총수들은 국회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28년 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했던 총수들의 ‘자제’들이 이날도 정경유착의 당사자로 불려나온 것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5공 청문회’에서 심판받았던 분들의 자제분들이 6분 이 자리에 계신다”면서 “우리 자식들에게까지 정경유착의 고리를 세습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이번에 그 고리를 끊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만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해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일해재단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이 없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두 재단에 대한 출연이 삼성그룹의 안정적인 승계와 본인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가성이 있다는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에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답변에서도 “모든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어떤 부분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자발적이었느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이라며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가성이 성립하게 되면 뇌물죄 혐의를 받게 된다. 때문에 총수들이 뇌물죄를 피해가려는 의도를 가지고 답변을 준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권이 요구하면 어쩔 수 없다’는 책임회피성 발언도 나왔다. 허창수 회장은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이재용 부회장도 “그 당시에 그런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본무 회장도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