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건설업체들이 올해 해외에서 달성한 수주액이 10년 만에 300억달러에도 못미칠 위기에 처했다. <시사위크DB>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건설업계에 켜진 빨간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10년 만에 최악의 해외 수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억달러의 선을 넘기도 버거운 분위기다.

◇ 저유가·신흥시장 부진 탓에 해외수주 48%↓

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239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는 461억달러를 벌어들인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48% 가까이 줄어든 금액이다. 650억달러를 돌파하며 호황을 누렸던 2012~2014년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한해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넘지 못한 건 2006년(164억달러)이후 10년만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중동 지역의 수주액이 줄어든 것과 동시에 북미와 태평양 등 국내 건설사들의 신흥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들이 감소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통의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의 해외 실적은 재앙에 가깝다.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165억)의 절반을 간신히 턱걸이(92억달러) 했다.

신흥시장인 북미·태평양 지역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무려 64% 줄었다. ▲SK건설 미국 매그놀리아 LNG 공사(13억달러) ▲삼성물산 호주 웨스트커넥스 M5 메인공사(8억달러) ▲대림산업 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 공장 1단계 본공사(2억달러) ▲현대중공업 고르곤 프로젝트(2억달러)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선전했던 국내 업체들의 올해 성적은 초라하다.

올해 이 지역 8개 국가에서 체결한 31건의 공사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삼성엔지니어링 미국 롯데케미칼 LA-EG 프로젝트(4억달러) ▲삼성물산 캐나다 Site C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4억달러) 정도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경우처럼 특정한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다기 보다는 매년 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업체별로는 GS건설이 크게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41억달러의 해외 공사를 체결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과 함께 상위 3위에 포함됐던 GS건설은 올해 하위권에 속하고 있다. 매년 30억달러 이상의 해외 수주를 성사시키며 K-건설의 위상을 떨쳐온 GS건설은 올해 20억달러의 벽도 아슬아슬하다.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의 해외 시장에도 먹구름이 꼈다. 두 기업 모두 현재까지 해외에서 10억달러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 해외건설협회 “신규 수주 10건 추진 중, 300억달러 달성 가능해”

해외 수주 금액이 증가한 건 삼성엔지니어링과 포스코건설이 유일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1억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올해 상반기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포스코건설의 해외 실적은 6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평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비록 지난해 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선전했다. 각각 47억달러, 29억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탑2’ 자리를 지켰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10건의 추가 계약의 성사를 앞두고 있는데, 내년까지 남은 3주 안에 실제 계약이 성사된다며 올해 전체 수주액 300억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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