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이 불과 10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이 안철수와 박근혜의 ‘대충돌’ 분위기로 점철되고 있다. 

6일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 공보위원이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하는 등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정 위원과 금 변호사가 서울대 법대 동기로 오랜 친구 사이였음을 들어 "'협박'이나 '불출마 종용'은 과장된 것"이라며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그러나 민주통합당 등 다른 야당 또한 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나아가 정치권 안팎에선 "안 원장이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하진 않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새누리당 박 후보와 안 원장 간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 본격화됐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 원장 측 금 변호사는 이날 오후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정 위원이 지난 4일 전화를 걸어와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 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금 변호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 위원이 거론한 '폭로' 내용은 △안철수연구소(안랩) 설립 초창기인 지난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안 원장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과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것 등 두 가지다.
 
이에 대해 금 변호사는 "그간 언론에 보도된 안 원장 대한 사찰 논란과 이번 정 위원 언동을 비춰볼 때 안 원장에 대한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안 원장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송호창 민주당 의원도 "안 원장 협박의 구체적 근거가 된 내용은 정보기관이나 국가기관의 철저한 사찰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정 위원은 곧바로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금 변호사와는 오랜 친구사이"라며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훌륭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안 원장과 관련해 기자들과 시중에서 들은 몇 가지 얘기를 전달한 것을 두고 협박이나 불출마 종용 운운하는 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상일 당 대변인 또한 "원외 당협위원장으로서 불과 얼마 전 공보위원에 임명된 정 위원은 당을 대표해 누구를 협박하거나 불출마를 종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정 위원이 친구 사이에 한 얘기를 갖고 마치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정치공작을 한 것처럼 주장한 금 변호사의 태도야 말로 우리 정치에서 사라져야할 구(舊)시대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안 원장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자 '물 타기'를 위해 친구 간 사적 통화까지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안 원장 측의 이번 주장이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지지 여론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향후 제기될 수 있는 검증 시도를 차단하는 효과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에서도 지지율 만회를 위해 그간 연기만 피워왔던 안 원장 검증 작업에 전면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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