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강한 수협, 돈이 되는 수산.”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신수협’의 비전으로 제시한 말이다. 지난해 연말 수협은행을 독립 출범시키는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한 수협은 어업인과 수산 발전을 이끌어가는 강한 수협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강한 수협’의 비전를 쫓는 사이, 내부통제와 관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지역 단위 수협에선 또 다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은 수천만 원을 빼돌렸다가 꼬리를 잡혔다.

◇ 또 횡령 사건… 제주 수협서 직원 수천만원 ‘꿀꺽’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비위 사고로 수협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엔 제주의 한 수협에서 일하던 직원이 금고에서 돈을 스리슬쩍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지역 어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 한 수협 직원 A씨(34)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여 동안 7차례에 걸쳐 금고에서 4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금고에서 돈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해당 수협은 이를 한 달여 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A씨는 금고 관리 담당자 중 하나였다. 또 다른 금고 담당 직원이 있었지만 발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수협은 지난해 말에야 자체 감사를 통해 돈이 없어진 사실을 파악한 후 A씨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 횡령한 돈은 도박 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빼돌린 돈을 모두 변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비리 사건들은 새삼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수협 지역 단위 조합에서는 수년째 직원들의 각종 비리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완도 금일수협 직원들의 면세유를 빼돌리고 공금을 횡령한 혐의가 적발됐다. 이에 앞서 경남 통영 사량수협 직원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약 20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부산시수협에서는 간부가 1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채용 특혜 논란도 잇따랐다. 지난해 옹진수협은 친·인척 채용 비리와 분식회계 의혹으로 해양수산부의 감사를 받았다. 단위 조합들을 관리하는 중앙회의 간부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건도 있었다. 수협중앙회 감사위원장 B씨는 2006∼2010년 수협개발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입건된 바 있다.

◇ 허술한 내부통제로 돈 줄줄 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국정감사에선 수협 내부감시시스템에 대한 집중 뭇매가 쏟아진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은 “2013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수협 회원조합 임직원들의 횡령과 업무상 과실로 부과한 변상금이 140억대를 기록했지만 회수율은 고작 11%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변상금 부과유형별로는 횡령·유용이 98억6700만원, 업무상 과실 37억4600만원이다.

이에 중앙회 차원에서 강화된 내부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신년부터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일각에선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의 윤리경영 강화 의지에도 물음표를 달고 있다.

김 회장은 “강한 수협을 만들어 어촌과 수산업을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2015년 3월 취임했다. 지난해에는 중앙회 내 신용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해 수협은행을 독립시키는 사업구조개편에 집중,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정작 내부 통제와 단위 조합의 관리 강화하는 데는 갈길이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조합감사위원회를 통해 정기 감사나 상시 감사를 진행하고 전산상 감시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파악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더욱 시정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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