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2 16:44
[이영종 ‘평양 주석궁에선’] 70년 철권통치의 특급 노하우 ‘감시와 세뇌’
[이영종 ‘평양 주석궁에선’] 70년 철권통치의 특급 노하우 ‘감시와 세뇌’
  • 시사위크
  • 승인 2017.01.20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시사위크] 미 국무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대북 인권제재 리스트에서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김여정(28) 노동당 부부장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33)의 여동생이자 역대 최연소로 차관급인 당 부부장을 맡았다는 측면에서다. 김여정이 오빠의 후광을 업고 이른바 ‘백두공주’로 불리는 최고실세라는 점도 눈길을 끌만하다.
 
김여정이 국무부 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북한 당국에 의해 자행되는 언론 검열과 주민 세뇌 공작의 총책임자로 지목된 것이다. 자칫 북한 체제 붕괴 상황이 올 경우 전범 수준의 처벌이 가능한 중범죄로 인식될 수 있는 사항이다. 국무부가 김여정이 사실상 책임자로 있는 선전선동부에 대해 “북한 내 모든 미디어를 관장하고, 특히 검열을 핵심 업무로 한다”고 지적한 것도 사태의 심중함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억압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주민들을 세뇌하고 있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3대세습을 거치며 찬양·우상화와 세뇌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특히 집권 6년차에 접어든 김정은 체제 들어 더욱 교묘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게 대북 정보당국의 평가다.

새해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 하는 북한은 노동신문 등에 김정은 찬양 표현을 보다 장황하고 극존칭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전까지 노동당 위원장과 국무위원장, 군 최고사령관 등 3개의 직책만 썼지만, 최근 들어서는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영도자'란 찬양 문구가 등장했다. 김정은을 꾸미는 글귀만 59자에 이를 정도라며 북한 정보 분석가들이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김여정이 거머쥔 당 선전선동부가 관장하는 김정은 찬양과 우상화 학습·세뇌는 올 들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통일부는 ‘2017년 북한정세 전망’ 자료에서 올해 북한이 ‘김정은 유일지도체계’ 공고화를 위해 대대적 우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도 오는 8월 평양과 백두산에서 이른바 '백두산 위인 칭송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박차를 가할 기세다.

세뇌와 함께 철저한 감시체제를 동원하는 것도 북한의 체제 통제 방식이다. 최고 권력자 김정은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사소한 잘못이나 불만표시를 무자비하게 처벌함으로써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됐다. 국가안전보위성과 인민보안성 같은 공안통치 기관을 총동원해 감시·미행하거나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반(反)혁명죄’ 등의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경우도 늘었다.

베일에 싸였던 그 실상은 지난해 여름 영국에서 탈북·망명한 태영호 전 북한 공사에 의해 생생하게 드러났다. 태영호 전 공사는 2015년 봄 처형당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북한 공안당국의 감시망에 걸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 폭로했다. 현영철은 당초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 석상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돼 괘씸죄로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태영호 전 공사는 “현영철이 처형된 건 집에 가서 얘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집안에 도청장치가 숨겨져 있는 줄 모르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가 탈이 났다”고 설명했다. 군부의 최고 실세조차도 집에서 편안하게 이런저런 말을 꺼낼 수 없는 게 현재의 김정은 체제란 얘기다. 태영호 전 공사가 “북한에서는 직위가 올라갈수록 감시가 심해져 자택 내 도청이 일상화돼 있다”며 “엘리트층은 마지못해 충성하는 시늉만 내는 상황”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이런 실상은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일반 주민들의 경우는 상호 감시와 고발·처벌이 일상화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5호담당제를 주축으로 인민반과 학습반을 활용한 이중삼중의 감시체제가 자리하고 있다. 5호담당제는 북한의 모든 세대를 5가구씩 나눈 뒤, 그 속에 열성적이고 검증된 충성분자 한 가구를 배치해 주민들의 체제이탈이나 비리 등을 통제·단속하는 제도다. 북한이 이처럼 촘촘한 주민 통제망을 가동하고 있는 건 집단주의적 이데올로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김정일은 “개인주의적 인생관이 개인의 안일과 향락을 최고의 목적으로 여기는 인생관이라면, 집단주의적 인생관은 자기의 운명을 집단의 운명과 결부시키고 집단을 위한 투쟁에서 참다운 삶의 보람과 행복을 찾는 인생관”이라고 강조하며 주민들을 집단주의 생활로 내몰았다.

북한은 감시와 세뇌라는 양날의 칼로 70년 동안 통치했다.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철저한 상호 감시와 세뇌를 가하고, 엘리트 핵심층에 대해서는 도청 등을 통한 공포정치를 벌여왔다. 김정은 체제에서는 공개처형 등 극단적인 방식을 동원함으로써 공포감은 한껏 더해진 상황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자 후계자인 김정은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대를 내비쳤다. 10대 시절 스위스에서 조기 유학한 걸 두고 “해외에서 유학을 했으니 개혁·개방도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집권 5년 동안의 행보는 절망을 안겨줬다.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자초하고, 민생을 외면한 김정은에 대해 엘리트 그룹은 물론 주민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통제와 감시를 통한 체제유지 시도도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깨닫고 외부세계에 눈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를 처음으로 대북제재 올렸던 미국은 대북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 국무부의 김여정 지목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책임을 물을 근거를 마련하고 죄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2013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몽골의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김일성대에서 연설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은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며 이는 영원한 힘”이라고 강조한 그의 말은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로 들렸다. 이제 국제사회는 말로만의 경고가 아니라 북한 정권 핵심층의 발을 묶고 심리적 타격을 가하는 행동조치를 본격화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