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겸 컬럼니스트
강승원 1집 만들기 프로젝트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종지부를 찍는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감독이자 ‘서른즈음’의 작곡가 강승원의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세상의 그의 첫앨범이 나온다. 노후대책 프로젝트로 나온 그의 ‘첫앨범’은 쉴 틈 없는 우리의 인생이라는 뜀박질 가운데 잠시 쉬어가라고 만든 ‘졸음쉼터’이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경쟁하듯 어쩌면 미친 듯 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에 쫓기며 살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그의 앨범은 진정한 ‘쉼’의 시공간과 인연을 맺게 해 준다.

민중가요 ‘광야에서’와 김광석의 ‘꽃’ 등을 작곡한 문대현과 여행스케치를 기획 제작하고 동물원, 김창기 등의 공연을 연출한 서울음반 출신의 신동철이 만든 ‘달걀공장’이라는 뜻의 에그플랜트(EGG Plant)가 만든 이 첫앨범에는 ‘20세기 캐럴(feat. 린), 나는 지금...(feat. 이적). 달려가야해(강승원), 안드로메다(feat. 성시경, 정유미), 무중력(feat. Zion.T), Digital World(feat. 장기하), Him (담배 : feat. 윤하), 술(feat. 존박), 그 겨울(feat. 박정현),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feat. 윤도현), 서른 즈음에(feat. 전인권), 나는 지금(강승원)’ 등 총 12곡의 인생의 깊고 그윽한 맛과 향을 담은 멜로디가 담겨 있다.

▲ 음악감독이자 ‘서른즈음’의 작곡가 강승원(우)의 첫 앨범.
우리 주변에는 술과 담배 둘 다 끊었다는, 예전 같으면 앞으로 전혀 상종 못할 독종 친구들이 늘어만 간다. 다가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차치하고 올해 2017년 정유년에 이미 486을 넘어 50대에 접어든 우리들의 대학시절을 회상해 본다.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 당구장에 가서 숨 가쁘게 담배를 물고 내기를 하고 3차 4차를 외치면서 외상술집들을 전전했다. 살면서 많은 친구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버리지 않는 이상 나를 거부하지 않는 그런 사랑스러운 친구인 술과 담배이기에 버리지 못하는 이가 바로 강승원이다.

강승원은 1990년 세검정 음악 스튜디오에서 그룹 ‘동물원’ 3집 수록곡 ‘유리로 만든 배’를 녹음했다. 1994년 동물원 유준열, 서강대 ‘에밀레’ 후배 심재영, ‘사랑해요’의 고은희, 황성규, 박상욱 등과 ‘우리 동네 사람들’ 1집을 만들기도 했다. 솔로 1집 발매를 ‘쪽팔리다’며 관뒀던 ‘강승원 솔로 1집’은 그 후로도 여러 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줄곧 동네 친구들 앨범만 내주고 스스로는 프리랜서 음악감독으로 참가한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을 모두 성공시켰다. “먼저 돈을 올려 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목숨을 부지했다”고 겸손해하는 강승원의 노후대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걸까?

돈에 관심이 없고 오직 ‘친구’만 살갑게 챙기는 그의 첫 앨범이 말하는 노후대책은 자신의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선후배를 위한 것일 듯 싶은 생각은 왜 들까? 치열하게 한편으로 즐기며 사는 그의 주변은 모두 다 잘 나가고 있으니, 어쩌면 홍대앞의 ‘Studio 70's Sunny Mars’에서 마시고 필 ‘술값과 담배값’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커피값’이든 술값이든 아껴서 오는 3일 2일 발매하는 ‘강승원 1집’을 꼭 사서 혼술하며 나만의 ‘졸음쉼터’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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