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4월 취임 2주년을 맞는 빙그레 박영준 사장. <빙그레>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취임 2주년을 맞는 박영준 사장의 공과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회사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취임한 ‘30년 빙그레 맨’이 어떤 성과를 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특히 초미의 관심사는 빙그레의 100년 미래를 책임 질 신사업 발굴에 성공했을지 여부다.

◇ ‘바나나 맛 우유’로 시작해 ‘바나나 맛 우유’로 끝나

‘사골만 우렸다.’ 오는 4월 취임 2주년을 맞는 빙그레 박영준 사장에 대한 평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빙그레의 자타공인 넘버 원 브랜드 ‘바나나 맛 우유’로 시작해 ‘바나나 맛 우유’로 끝난 지난 2년이었다.

2015년 4월 취임 당시 박 사장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컸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빙그레에 입사해 30년 넘게 본사와 공장, 국내와 해외 등에서 종횡무진 한 박 사장이 보수적인 식품업계에 어떤 새바람을 몰고 올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회사 내부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제과와 빙과, 유업 등 식품업계에서 다소 복잡한 포지션에 놓여있는 빙그레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그가 보여줄 ‘매직’에 직원들은 고조됐다. 주력 사업인 우유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애를 먹고 있던 빙그레였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로부터 2년 후 달라진 건 없었다. 크게 새로울 게 없는 730일이었다.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빙그레 맨’이 보여준 결과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빙그레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바나나 맛 우유라는 하나의 효자만 믿고 있는 외로운 부모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 사장 임기 동안 새로운 시도 자체가 없던 건 아니다. 화장품 사업은 그의 최대 성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연말 드럭 스토어 CJ올리브영과 손잡고 선보인 보디로션은 3개월여 만에 30만개나 팔리면서 대박을 쳤다. 이때도 어김없이 등장한 건 바나나 맛 우유였다. 종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로션은 바나나 맛 우유 용기에 담겨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어디까지나 요즘 산업계 트렌드인 이벤트성 ‘콜라보’를 한 것일 뿐, 신사업 ‘진출’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바나나 맛 우유 화장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빙그레의 역할은 단순히 용기 디자인을 제공했는데 그쳤다는 게 그 이유다. 제품의 생산은 한국콜마가 도맡았으며, 유통과 마케팅 등 CJ올리브영이 담당했다.

공식적으로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한 6일까지도 빙그레에는 화장품 제조 시설은 물론 담당 부서와 직원 하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3월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문을 연 옐로우 카페도 박 사장의 치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누적매출 6억원을 달성하며 인기몰이 중인 이 카페는 빙그레가 아닌 현대백화점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에 빙그레는 현대백화점 측에 로열티 명목으로 수익의 일부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쟁사 선점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이제 걸음마’

빙그레가 바나나 맛 우유에만 의지하고 있는 사이, 정작 장기적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사업은 소홀한 모습이다. 이미 ‘디저트 왕국’ 일본에서는 일상화 된 프리미엄 소프트 아이스크림 사업에 국내 유업계들도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매일유업와 남양유업이 각각 ‘상하목장’과 ‘백미당’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사이, 빙그레의 ‘소프트 랩’은 오는 봄에서야 첫 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빙그레는 “냉동, 냉장 사업을 기반으로 유망한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박 사장의 신년 경영 계획과는 다르게 ▲포장용기 제조 및 판매업 ▲식품산업용 기계 임대 및 판매업 ▲음식점업 및 급식업 등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 분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어 주변에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투게더 시그니쳐 등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고, 최근엔 하와이산 초콜릿 '하와이안 호스트'로 초콜릿 시장에도 나섰다”며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더라도 기업마다 사업전략이 다르다.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신사업에 서둘러 나서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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