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일고속이 2016 결산배당을 실시한다.<천일고속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천일고속 오너일가의 ‘폭탄 배당잔치’가 계속되고 있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 사이 배당에만 200억원의 재원을 썼다. 수혜는 지분 85%를 보유한 오너가에 집중됐다. 문제는 실적에 반하는 고배당을 견제해야할 감사마저 오너 친인척이라, 사실상 회사의 통제기능이 마비됐다는 점이다.

◇ 3세 경영 신호탄은 ‘폭탄배당?’

부산과 경남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고속버스 운송회사 천일고속이 유례없는 고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실시한 배당 모두 배당성향이 100%가 넘는다. 2015년 결산배당, 2016년 1분기·2분기 중간배당, 2016년 결산배당까지 최근 2년 간 총 4번의 배당을 단행했다.

천일고속은 이달 6일 전자공시를 통해 2016년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주당 5,000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시가배당률은 5.4%이며, 배당금 총액은 71억원이다.

천일고속의 ‘통 큰 배당’은 작년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천일고속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특히 수익성의 척도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61%, 45% 하락세를 나타냈다. 순이익 24억원의 3배에 가까운 금액을 배당액으로 출연하는 셈이다.

쏠쏠한 배당수익은 정작 오너일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천일고속 지분의 85.69%는 박도현 대표와 친인척 3명에 귀속되어 있다. 박 대표가 44.92%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생인 박주현 부사장이 37.24%를 쥐고 있다. 여기에 아버지인 박재명 전 대표이사와 동생 박정현 씨 앞으로 각각 1.22%, 2.31%의 지분이 있다.

박 대표는 2015년 4월 할아버지이자 창업주인 고 박남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으며 최대주주가 됐다. 박 회장이 38년간 숨겨왔던 차명주식 68.77%를 실명으로 전환해 두 손자 박도현 사장과 박주현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같은 해 11월 박 명예회장이 91세의 나이로 별세하며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 고배당 최대수혜 오너일가… 친인척 감사 ‘유착 우려’

천일고속이 배당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도 이와 같다. 천일고속은 2011년 2년 이후로 약 5년 간 한 차례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손자가 차명주식을 넘겨받은 2015년말 주당 6,000원을 배당했다. 배당총액은 85억원이다.

2016년에는 중간배당까지 꼬박꼬박 챙겨갔다. 1분기와 2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각각 5월과 7월에 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1,500원, 배당총액은 두 분기를 합해 총 42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배당까지 합하면 최근 2년간 4차례에 걸쳐 약 198억원이 배당으로 지급된 셈이다.

4번의 배당 모두 배당성향이 100%를 뛰어 넘는 고배당이라 오너가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더욱 커졌다. 배당성향이 차례로 185%, 236%, 106%, 285%를 기록했다. 198억원의 배당 총액 중 오너일가로 흘러들어간 금액은 168억원에 달한다.

정작 경영진의 무리한 배당 등을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 자리는 그 ‘독립성’부터 위협받고 있다. 오너일가의 친인척인 하인봉 감사가 상근 감사를 맡고 있는 것이다. 하인봉 감사는 고 박남수 명예회장의 처남이다. 재직기간도 23년에 달해 ‘붙박이 감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창업주 처남이 회사 상근 감사를 맡아온 23년 동안 감사위원회는 회사의 결정에 한 차례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2014년 말까진 하인봉 상근감사가 회사 지분 7134주를 직접 보유하기도 했다.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수관계인이 상근감사로 올라, 내부 견제에 따른 본연의 기능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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