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타이어 업계 1위 한국타이어가 다음달 1일 부터 경쟁기업의 제품을 장착한 승용차에 대해 공장 출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려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시사위크 DB>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타이어가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행보를 걷고 있어 논란이다. 타기업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 출입을 통제하는 정책이 조만간 시행되는 것. 애사심 고취차원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이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심만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 “애사심 따위는 필요 없다”… ‘혼다의 교훈’

“애사심 따위는 필요 없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의 말이다. 그는 노골적인 애사심 강요는 오히려 회사 구성원들의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가로 막는다며 이 같이 말하곤 했다. 진정한 애사심이란 직원들이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때 나오는 것이지 주입한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불리는 소이치로의 역설은 오늘날 진정한 애사심이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명언으로 세계 경영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의 대기업 가운데 한 곳이 시대흐름에 역주행하는 행보를 걷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타이어다. ‘타이어 업계 1위’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애사심을 명분으로 구태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직원들의 원성이 적지 않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타이어 공장을 출입하는 차량에는 제약이 따르게 된다. 직원이라고 해서 출입문이 절로 열리지 않는다. 별도로 ‘일정 자격’을 갖춘 차량에 한해 출입 허가가 내려진다. 다음달 1일부터는 이 회사 직원일지라도 경쟁회사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대전과 금산 두 곳의 공장 문을 통과할 수 없게 된다.

◇ “우리제품 아님 못 들어와”… 권장 아닌 규정

▲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국타이어의 차량 출입통제 시행을 알리는 포스터.

한국타이어 직원 뿐 만이 아니다. 협력업체 직원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차종은 승용차에 국한된다. 업무 차 내방하는 트럭과 화물차의 타이어 메이커를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는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본사와 중앙연구소에서는 이번 출입통제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 안팎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 7위’의 타이어 기업에서 나온 임직원들의 애사심 고취 방안치고는 옹색하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정책 시행을 예고하는 포스터가 공개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협력업체 직원까지 대상에 포함시킨 건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를 공장의 출입 기준으로 삼는 건 한국타이어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이 회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과거 비슷한 전례가 있는 금호타이어에서도 자사 제품 장착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권장 수준에 머물 뿐이다. 업계 막내 넥센도 마찬가지다. 경쟁기업의 로고가 박힌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라고 해서 본사가 있는 양산이나 창녕의 공장 출입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자회사 제품을 우선 사용하라는 주문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암묵적인 규칙일 뿐”이라며 “(한국타이어가)포스터까지 만들어 규정으로 못 밖은 건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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