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자세를 한껏 낮췄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073일 만이다.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대로 인양작업이 이뤄지면 내달 5일께 거치 장소인 목포신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수색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오는 4월16일 참사 3주기를 앞두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도 자숙했다. 여야 모두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민심은 곧 천심이다.

◇ 불안해진 범여권,  천안함 내세워 ‘안보’ 맞불

하지만 범여권 진영의 표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세월호 참사 사건이 부상하는 데 부담이 적지 않은 눈치다. 탄핵 이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이 여전한 데다 정부의 무능과 여권의 수동적 자세를 질타하는 목소리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 앞서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마련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한 연장을 반대,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무산시킨 바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진태 의원의 경우 세월호 선체 인양을 반대했다. 추가 희생자 발생 등 인양 과정이 쉽지 않고, 그 비용 또한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들자는 의견과 함께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입장은 세월호 인양이 시작되면서 달라졌다. 2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차라리 잘됐다. 아주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전한 것. “그땐 우리가 좀 신중하게 생각하자는 것이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바른정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와 선을 그었다. 그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2년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반드시 세월호 선체는 인양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시 정부가 세월호 문제에 대해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꺼렸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무성 의원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인양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사람은 바로 친박계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 야권은 탄핵 정국 이후 주도권을 잡게 된 만큼 세월호 인양이 대선 정국을 흔들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2기 특조위 구성을 강조했다. <더문캠 제공>
두 정당은 흉흉해진 세월호 민심의 돌파구를 ‘안보’에서 찾았다. 오는 26일 천안함 침몰사건 7주기를 맞아 회의실 백드롭을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는 이미지로 꾸민 것.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안보는 한 정당의 노력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여전히 소모적인 논란을 주도하는 일부 정치권 행태는 국민 안전과 안보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23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했다.

◇ 문재인, 집권 시 제2기 특조위 구성 약속

야권은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대선 보다 온전한 인양과 진실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선거운동을 가급적이면 자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예정된 대선 출마 선언을 연기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예고 없이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는 23일 전라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체조사위원회가 즉각적으로 활동을 개시해야 한다”면서 “집권한다면 제2기 특조위를 구성해 세월호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탄핵 정국 이후 주도권을 잡게 된 야권에선 세월호 인양이 대선 정국을 흔들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리어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야권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다. “(선체 인양에) 왜 3년이나 걸려야 했던가” 반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개탄이 국민의 목소리와 닮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말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박근혜와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 모습이 오버랩” 돼 착잡한 심경이지만, “선체 인양이 진실규명의 첫 출발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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