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롯데리아 본사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리아의 외식 브랜드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포화와 출점제한 규제 등 장벽에 가로막혀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 아이스크림(나뚜루)과 커피(엔제리너스), 도넛(크리스피크림), 패밀리 레스토랑(TGI) 어느 것 하나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 신의 악수 된 나뚜루 ‘팝’

롯데리아가 거느리고 있는 4개의 외식 브랜드 가운데 가장 깊은 수렁에 빠진 건 ‘나뚜루’다. 지난 2012년 220개를 돌파하며 분전하던 나뚜루의 현재 매장수는 120여개 수준이다. 1년 마다 25개가 문을 닫은 셈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체면치레는 하던 나뚜루였다. 등락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전국 매장수는 200개 언저리를 맴돌았다.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카페형 매장인 ‘나뚜루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출시 20년 주년을 목전에 둔 2017년의 나뚜루는 ‘국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1위인 배스킨라빈스와의 격차는 ‘넘사벽’이다. 롤 모델로 삼았던 배스킨라빈스와의 격차는 무려 1,000개에 이른다. 경쟁관계라고 보기에는 두 업체 간 간극이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다. 롯데리아가 자사 외식 브랜드들의 성적표를 개별적으로 공시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매장수는 해당 브랜드의 사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리아에 책임의 화살을 돌린다. 시장 흐름을 잘못 읽은 마케팅 실패가 불러온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나뚜루가 롯데리아에 인수된 지 1년 후 론칭한 나뚜루팝이 되레 브랜드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본래 나뚜루는 자연주의 컨셉으로 탄생했다. 롯데제과 품에 있을 2010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2030을 타깃으로 도시 속 휴식 공간 같은 인테리어와 녹차 맛 아이스크림으로 적잖은 인기를 누렸다. 주로 자극적인 맛을 자랑하는 외제가 범람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시장 속에서 나뚜루의 전략은 적중하는 듯했다.

2011년, 나뚜루는 13년간 입어온 자연주의의 옷을 벗고 다시 태어났다. 새 주인이 된 롯데리아는 나뚜루에게 젊은 옷을 입혔다. 브랜드 이름을 ‘나뚜루팝(POP)’으로 바꾸고 핫핑크, 자주, 노랑 등으로 매장을 꾸몄다. 아이돌그룹 인피니트를 모델로 내세워 10대 공략에 나섰다.

◇ 고군분투 크리스피크림… 앞날도 먹구름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청소년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할만한 신제품 개발과 상권 분석에 실패하면서 성장은 정체됐다. 자연주의 이미지마저 퇴색되면서 기존 고개들은 이탈이 심화됐다. 몇몇 제품들이 배스킨라비스와 겹치면서 아류라는 인식마저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졌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운영시기에 있어 경쟁업체와 차이가 있다 보니 외형적으로도 갭이 존재한다”며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숍인숍 형식의 운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도 성장이 둔화됐다. 수년째 전국 매장수는 900개선에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업계 1년 선배인 스타벅스는 지난해 국내 진출 17년 만에 매장수 1,000개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매출 차이는 더 크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반면, 엔제리너스는 1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 역시 가로막길에 섰다. 출점제한과 외식 트렌드 변화 바람에 막혀 52개에 이르던 매장수는 34개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고군분투하고 있는 건 도넛 사업이다. 2004년 롯데리아가 아시아 최초로 미국서 들여온 도넛 브랜드 크리스피크림의 매장수는 2013년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4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디저트 메뉴의 다양화로 도넛의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어 크리스피크림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100%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스타벅스와 90% 가까이가 가맹사업인 엔제리너스의 매출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신도시와 새롭게 생겨나는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TGI와 크리스피크림 등 외식 브랜드 매장을 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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