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의 유리천장 관행이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난해 연말 은행권에는 성과주의 인사 바람이 불었다. 연공서열 대신 능력에 초점을 맞춘 인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인데, 기존의 경직된 인사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 같은 혁신 기조가 무색하게 여성 임직원에 대한 ‘유리천장’ 관행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주요 시중은행 여성 부행장 2명에 불과 

유리천장이란 직장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 말이다. 은행권 역시 이 같은 관행이 두터운 곳으로 통한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됨에도 임원 승진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 등 국내 주요 6개 은행의 부행장은 총 57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부행장은 2명에 불과하다. 박정림 국민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과 최현숙 기업은행 부행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부행장은 지난해 연말 KB금융지주 자산관리(WM)총괄 부사장으로 등용됐다. 기존 부행장직과 겸직하며 입지를 넓혔다. 최 부행장은 기업은행에서 세 번째로 여성 부행장에 오른 인사로, 지난 1월 정기 인사에서 부행장에 발탁됐다.

신한은행은 2015년 말 신순철 전 부행장이 퇴임한 후 2년째 여성 부행장이 전무했다. 신 전 부행장은 신한은행 내에서 최초로 유리천장을 뚫은 인사였다. 우리은행도 2015년 말 김옥정 부행장이 퇴임 후 여성 임원 선임은 씨가 말랐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지금까지 여성 부행장이 탄생한 적이 없다.

◇ 인사 관행 쇄신한다더니… 성과주의 인사 혜택은 남성만?

외국계 은행까지 확대하면 임원수가 소폭 늘어나지만 남성 임원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은행권의 여성 임원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 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으로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와 정권의 기조에 발맞춰 여성 임원들을 선임하는 곳이 늘어났다. 은행권 최초 여성 행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퇴임한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그 주인공이다. 2014년 은행권 여성임원이 13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다시 후퇴했다. 

그 원인에 대해 업계에선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 육아휴직 등을 거치며 경력 단절이 발생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가 워낙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유리천장 관행은 비단 은행권의 문제는 아니다. 증권, 보험사, 카드사 등 다른 금융사들의 사정이 비슷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대 은행과 3대 생명보험사, 3대 손해보험사, 4대 신용카드사, 6대 증권사 등 금융회사 20곳의 임직원 11만9,039명 중 여성임원은 22명에 불과했다.

다만 은행권이 그간 인사 관행 혁신을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기존의 승진 관행을 탈피한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은행권이 인사부터 이러한 기조를 관철시킨 것이다. 하지만 여성에 소외된 인사 문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물음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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