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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어느 땐데”… 위메이드, 살인적 노동착취 정책 논란
“지금이 어느 땐데”… 위메이드, 살인적 노동착취 정책 논란
  • 백승지 기자
  • 승인 2017.04.2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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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메이드아이오가 최근 '이카루스 모바일' 개발팀에 '크런치모드'를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온라인 커뮤니티>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저녁까지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아 한때 ‘판교의 등대’로 불린 게임사가 있다. ‘미르’ IP로 유명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다. 최근 자회사 한곳이 야근 및 주말특근을 병행하는 정책을 공지해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게임업계가 최근 근무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과거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 밤낮도 주말도 없다… 근로환경 개선 역행

‘크런치(crunch)’는 단단한 것이 으스러질 때 나는 ‘으드득’ 소리다. 혹은 불쾌한 중대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종합해보면 위급 상황에 무언가를 쥐어짠다는 의미가 된다. 게임업계는 이에 착안한 ‘크런치모드’란 용어가 만연하게 사용된다. 게임 출시를 앞둔 고강도 업무 집중기간을 뜻하며, 야근과 철야를 불사해야 한다.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아이오에도 크런치모드가 떨어졌다. 19일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 ‘블라인드’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회사의 극악한 근무환경을 고발하는 글에 개발자들은 개탄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위메이드아이오 내 ‘이카루스 모바일(이카루스M)’ 개발팀은 이달 19일부터 11월 30일까지 크런치모드에 돌입한다. 장장 8개월에 달하는 집중근로 기간은 업계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크런치는 게임출시와 대규모 업데이트 등 굵직한 이슈를 앞둔 상황에서, 1~2달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내용은 이렇다.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에 총 11시간을 근로한다. 저녁 식사시간도 30분으로 타이트하게 못 박았다. 공휴일과 토요일도 정상근무를 해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토요일에 불가피한 일이 있을 경우, 파트장 승인을 받아 일요일로 대체 출근한다. 일요일은 선택적 출근이다. 출근시간과 관계없이 총 9시간을 채워야한다. 어린이날과 추석 연휴는 휴무지만, 그 외 공휴일은 모두 근무한다. 대선 임시공휴일의 경우 투표 후 12시에 정상출근이 예정됐다.

◇ 연내 출시 못하면 수당 반납해야… 책임 하방전가

그나마 휴가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공휴일, 토요일에 쉬려면 2주 전 직속파트장·팀장을 통해 업무에 지장이 없는지 체크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육아·출산 관련자는 파트장 사후승인을 전제로 선택적 야근 및 주말출근이 적용된다. 크런치모드를 명문화한 것 자체만으로도 직원들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임신이나 병가 등 사정이 있는데도 무조건 강행하는 것은 아니고, 실무진과의 개별면담도 진행한 사안”이라며 “게임 일정이 있다 보니 직원 사기진작과 타이트한 독려차원에서 좋은 취지로 진행했으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보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계획대로 게임을 연내 출시하는 경우 수당 50%를 추가 지급한다. 출시 후 목표 매출액을 넘기면 인센티브도 지급된다. 휴일 근무수당도 지급한다. 그러나 ‘개발이슈’로 연내출시가 무산될 경우 수당을 다시 반납한다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게임사는 포괄임금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 초과근로를 해도 적절한 임금지급 여부를 따지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다만 근로자와 합의된 사항이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수당 회수는 예외 없이 불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작년 게임 개발자 사망사건이 이어지며 과도한 업무강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게임전반에서 제기됐다. 이에 넷마블이 야근 및 주말근무를 없애는 개선안을 도입했다. 지난달 시작된 고용노동부 IT업계 근로강도 조사는 이르면 다음 달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근로환경에 대한 정관계 논의에도 물꼬가 트였다.

변혁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지만, 업계서는 수년간 게임업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혹독한 근로환경을 단기간에 쉽게 제거하긴 힘들 것이란 지적을 제기한다.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최근 대형 퍼블리셔가 중소개발사를 자회사로 합병하면서 이슈의 덩치가 커졌을 뿐, 과거에도 크런치모드는 만연했고 개발자들은 고강도의 업무환경 속에 개발에 매진해왔다”며 “출시지연의 원인을 자회사와 개발자의 태만함 및 절박함 부족에서 찾기 때문에 이런 전형적인 책임 하방전가형 경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