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겸 칼럼니스트
불모(佛母)는 원래 제불(諸佛)을 낳는 어머니라는 뜻이다. 현교에서는 반야(般若 prajna, 지혜) 또는 반야바라밀이 일체 제불을 낳는 모체가 된다. 이를 불모라 하며 인격화해서 반야보살이라 한다. 한편, 밀교에서는 진언다라니(眞言陀羅尼)를 밝음을 의미하는 명(vidya, 明)이라 하고, 그 명이 제불의 모든 공덕을 낳는다 해서 명비(明妃) 또는 불모라고 불렀다. 현세에서 불모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어머니 마야왕비 또는 그의 사후 붓다를 양육한 이모 마하프라자파티를 가리킨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불화나 불상을 만드는 분들을 불모라고 부르는 전례가 있다.

그러나 불모라는 명칭은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불모와 비슷하게 쓰이는 금어(金魚)라는 표현은 1495년 윤필암 석가모니불도 화기에서 처음 표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조선시대에는 대개 ‘화원(畫員)’이라는 명칭으로 불사(佛事)의 일을 하는 장인을 일컬었다. 즉, 불모라는 표현은 조선시대 불상 복장기나 불화 화기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일본 문헌을 보더라도 그 용례가 찾아지지 않으므로 일제시대 만들어진 용어도 아니다. 일제 이후에 불상이나 불화를 만든 작가라는 의미로 언젠가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불교미술을 창작하는 작가에게 있어 ‘불모’는 영예로운 칭송이지만 미술계 주류와 비교해 볼 때 ‘우물안 개구리’라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주지 진경) 불일미술관에서는 부처님오신날 기념 자체 기획전으로 <이 시대의 불모展>을 개최한다.

▲ 개막식에 참석한 작가들
4월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에는 조각 전상용(제108호 목조각장 이수자), 불화 권지은(전통문화대학교 교수), 회화 이해기(금화 金畵 작가), 공예 박명옥(명화 페이퍼 아트 대표), 사진 노재학(불교 사진 작가), 미디어 박진홍(미디어 작가) 등 현재 불교 미술계의 작가 여섯명이 총 30여 작품을 출품했다.

“참여작가 모두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인의 얼굴을 담은 전상용의 조각과 ‘정말 거기에 이런 벽화가 있었나?’를 알려준 노재학 작가의 사진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고 동행한 한 현대미술 컬렉터는 전한다. 이 여섯명이 불모(佛母)라는 말에 안주하지 않고 불교미술을 넘어 현대미술을 선도할 수 있는 수준 있는 작가인지 때로는 냉정한 평가가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일 22일(토)까지 개최되는 OCI미술관 서윤희 개인전 ‘기억의 간격’도 꼭 함께 봐야할 이유가 있다.

<이 시대의 불모展>이 향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현대 불교미술의 발전을 위한 아름다운 결집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 전시를 기획한 학예실장 구담스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주지 진경) 불일미술관에서는 부처님 오신날 기념 자체 기획전으로 「이 시대의 불모」展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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