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에서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회장(왼쪽)이 4위,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24위에 올랐다.<스마일게이트 제공/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게임업계 ‘흙수저’ 열전이 시작됐다. 숱한 실패를 이겨낸 자수성가형 CEO들이 최근 국내 자산가 대열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승계형 부호와 비견되는 이들의 눈물겨운 성공스토리는 국내 재계 판도에 새 역할모델을 제시한다.

◇ 상속자보다 능력자… 20대 청년의 ‘오뚜기 정신’

‘게임은 현질과 템빨’이란 말이 있다. 꾸준한 노력보다, 돈을 투자해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는 것이 캐릭터를 비약적으로 급성장 시킨다는 뜻이다. 이처럼 든든한 무기와 자본력은 실력과 상관없이 다른 출발선을 만든다. 이는 비단 게임 내 생리로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재계는 2세 경영인 등 기업 집단을 거느린 ‘상속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모의 자본 및 지위를 어깨에 얹은 ‘가업승계형’ 부호가 먹이사슬의 최상위권에 포진해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국내 주식부자 10명 중 6명은 상속으로 부를 세습 받은 사람들이었다.

반가운 것은 최근 자수성가형 부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게임사 CEO들의 행보가 경이롭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17년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를 27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게임계 인사가 무려 7명이나 포함됐다.

가장 상위에 랭크된 인사는 4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이다. 권 회장의 재산은 6조7,923억원으로 이건희 회장에 이어 재산 증가분이 2번째로 많다. 2015년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한 이후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전통 제조업 강자들을 따돌렸다. 상위 5명 중 유일한 자수성가형 부자다.

지금은 명실상부 게임업계 대부호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시작은 평범한 청년 창업자에 불과했다. 권 회장은 25세 때 창업에 뛰어들었으나 순탄치 않았다. 첫 아이템이었던 e러닝 사업이 3년 만에 문을 닫고, 실패의 쓴 맛을 봐야 했다.

2002년 온라인게임 개발사 스마일게인트를 창업해 크로스파이어를 출시했으나 경쟁작인 ‘서든어택’에 밀렸다. 중국시장은 뜻밖의 돌파구였다. 2008년 출시한 중국판이 대박성장을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6.63%로 2009년 이래 8년 연속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권혁빈 회장에게는 중국시장이 황금 자금줄이 된 셈이다.

◇ ‘중졸신화’의 대명사 넷마블게임즈

게임업계 대부호의 신예는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이 떠올랐다.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50대 부자’ 순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방 의장의 재산은 1조5,923억원으로 단박에 24위에 신규 진입했다.

방 의장을 설명하는 수많은 키워드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흙수저’와 ‘중졸신화’다. 방 의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이후 영화 관련 사업에서 두 차례의 고배를 마셨다.

게임사업은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하면서 발을 담갔다. 그러나 2006년 방 의장이 떠난 넷마블은 이후 약 5년 간 경영난에 시달렸다. 회사 주 매출원인 ‘서든어택’ 서비스권을 넥슨에게 넘겨주며 쓴맛을 봤다.

2011년 방 의장이 복귀해 모바일로 체질을 바꾸자, 히트작이 연이어 출시됐다. 이는 방 의장이 업계서 ‘승부사’란 별명을 얻은 계기가 됐다. 그간 방 의장이 쌓아온 꾸준한 사업도전 경험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내달 상장 예정인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최대 1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분 24.47%를 보유한 방 의장의 주식가치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제치고 순위 9위로 도약이 가능하다. 수저계급론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 두 경영자의 성공신화가 잔잔한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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