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입구의 모습. <네이버 거리뷰 캡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정권교체 가능성과 맞물려 타이어 1위 기업인 한국타이어가 바짝 긴장하게 됐다. 유력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한국타이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서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물론, 진보진영 후보들은 집단사망 사태가 발생한 한국타이어에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 150명의 죽음에 응답한 대선후보 3인

9년 만에 비보수 정권이 출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기업들은 저마다 성장보다는 분배, 1%의 특권층 보다는 99%의 권익 개선에 힘쓸 새 국가 지도자를 맞을 채비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특히 국내 타이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만반의 채비를 갖춰야할 것으로 보인다. 각계각층의 지적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근로자들의 연이은 사망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사망 사태를 포함한 고무산업 종사자들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피재자(재해를 당한 사람)에 대한 치료 및 건강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 마련에 필요성에 공감한다.”

최근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이 보낸 질의서에 대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공식 답변내용 중 일부다. 이 단체는 지난달 25일 이번 대선에 출마한 14명의 후보들에게 사내 노동자 집단사망 사태에 대한 입장과 해결책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이들 중 총 3명의 후보가 질의에 응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답변서를 보내왔다. 또 기호 10번의 민중연합당 소속 김선동 후보 측에서도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문 후보 캠프 측은 유해·위험물질 사용에 따른 산재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을 약속했다. 문 후보 측의 답변은 추상적인 수준을 넘어, 그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문 후보 측은 “물질안전보건 자료를 작성하는 자가 영업 비밀을 이유로 일부 내용을 기재하지 않을 때, ‘물질안전보건자료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공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15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원인이 발암물질로 인정된 HV-250,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의 사용 때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타이어 사태의 진실을 풀어줄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심상정 후보 캠프 “1년에 7명 사망… 정상적인 사업장 아냐”

정의당 심상정 후보 캠프에서는 보다 강도 높은 입장을 내놨다. 무수한 산재와 돌연사가 반복되는 한국타이어의 공장은 “정상적인 사업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심 후보 측은 “한 해 평균 7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노동자 사망이)아직도 반복되고 있다면 분명 관계당국의 관리감독이 매우 소홀히 한 것이며,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선동 후보도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으나, 기업주나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았다”며 “‘죽음의 공장’이란 악명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얼마나 참혹하고 유해하며 위험에 내몰려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 정부에서 한국타이어의 집단사망 사태가 재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관련해 본지는 사측의 입장을 듣고자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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