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볼리가 현대·기아차의 도전을 마주하게 됐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티볼리는 쌍용자동차를 기나긴 적자터널에서 탈출시킨 ‘효자’다. 2015년 출시 이후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묘한 긴장감이 티볼리를 감싸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 현대·기아차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 소형 SUV 시장 최강자 티볼리

티볼리는 2015년 많은 기대 속에 등장했다. 특히, 아픈 기억이라 할 수 있는 해고자 문제가 역설적이게도 티볼리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키워줬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티볼리는 출시 첫해 내수시장에서만 4만5,021대의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까지 더하면 6만3,693대의 실적을 남긴 티볼리다. 이후 롱바디 모델 등 라인업을 확대한 티볼리는 지난해에도 5만6,935대의 견실한 내수시장 실적을 받아들었다. 수출은 2만8,886대로 늘어 전체 연간판매량이 8만5,821대에 달했다.

이는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행보였다. 티볼리보다 먼저 출시돼 자리를 잡고 있던 르노삼성의 QM3와 한국지엠의 트랙스를 가볍게 따돌렸다. 특히 소형 SUV 시장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티볼리의 전망은 더욱 밝았다.

◇ 코나·스토닉 VS 티볼리… ‘폭풍전야’

▲ 현대차는 새로운 소형 SUV 코나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이처럼 출시 이후 줄곧 승승장구를 이어가며 ‘꽃길’만 걷던 티볼리. 하지만 최근 티볼리를 둘러싼 공기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첫 소형 SUV 모델인 ‘코나’를 다음달 전격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차명 공개와 티저 이미지 공개 등을 잇달아 진행하며 코나의 성공적인 데뷔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반응도 좋다. 현재까지 공개된 코나의 티저 이미지는 뚜렷한 개성으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코나의 사양이나 가격은 티볼리를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티볼리의 인기 비결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부담 없는 가격이 핵심이었는데, 코나 역시 티볼리 못지않은 상품성을 선보일 전망이다.

뿐만 아니다. 기아자동차는 역시 소형 SUV 모델인 ‘스토닉’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경쟁자가 둘이나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도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심기일전해 시장에 뛰어든다.

때문에 티볼리가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소형 SUV 시장엔 조만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티볼리는 출시 2년을 훌쩍 넘겨 어느덧 ‘신차’로서의 매력은 다했다.

만약 코나나 스토닉이 티볼리 못지않은 돌풍을 일으키며 소형 SUV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경우, 쌍용차 앞엔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티볼리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티볼리는 현재 쌍용차 전체 내수시장 판매량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코나나 스토닉이 티볼리의 아성을 넘지 못할 경우 현대·기아차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높은 내수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등 국산차 업체와 수입차 업체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도유망한 소형 SUV 시장을 손에 넣지 못할 경우,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현재로선 티볼리가 현대·기아차의 매서운 견제마저 잠재울 가능성과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며 독주체제를 끝낼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확실한 것은 소형 SUV 시장에 전쟁이 임박했고, 이 전쟁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핵심 관전포인트가 되리란 점이다.

이와 관련 한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크게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코나와 스토닉이 출시되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지난해가 중형세단의 전쟁이었다면 올해는 소형 SUV의 전쟁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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