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게임사 위메이드가 한 스타트업 업체에 1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가 돌연 취소해 질타를 받고 있다.<시사위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위메이드와 국내 한 스타트업 업체 간 투자유치 이슈가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위메이드 대표로부터 100억원의 투자 약속을 받고 창업을 결심했으나 이메일로 투자불가 결정을 통보받아서다. 사표까지 내며 사업을 준비하던 창업자와 일부 멤버들은 당혹감을 표출하고 있다.

◇ 100억원 투자 믿고 스타트업 창업

최근 딥러닝(인공지능) 스타트업 ‘보이저엑스(VoyagerX)’의 창업자 남세동 대표의 페이스북이 시끌시끌하다. 올해 초 창업을 결심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이슈를 이달 2일부터 본인의 SNS에 공개해서다.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는 제목의 글이 16개 시리즈로 올라왔다.

남세동 대표는 ‘세이클럽’의 전신인 원클릭채팅과, 네이버에 인수된 포털 사이트 ‘첫눈’을 개발한 인물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후 ‘라인카메라’와 ‘B612’ 등의 앱을 개발했다. 최근까지 일본에 체류하며 ‘딥 러닝’ 기술을 연구하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의 제안을 받고 올해 초 ‘보이저엑스’를 창업했다.

▲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가 올해 3월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이사로 부터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남세동 대표 페이스북>
남세동 대표의 글에 따르면 보이저엑스 창업결심은 위메이드 측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올해 1월 일본 거주 중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던 남 대표에게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미팅요청을 해왔다. 이 자리에서 장 대표는 창업 및 100억원의 투자와 600억원에 달하는 밸류에이션을 제안 했다.

스타트업 업체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투자금 제안에 창업결심을 굳히게 됐다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이후 장 대표는 위메이드의 투자 실무자를 남 대표에게 소개시켰고, 샘플계약서도 보냈다. 동시에 창립멤버 모집과 사무실 임대를 독려하기도 했다는 것이 남 대표 측의 주장이다.

고민 끝에 남 대표는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을 청산했다. 합류의사를 밝힌 멤버 2명은 이전 직장에 퇴사를 통보했다. 위메이드가 사무실 마련에 필요한 10억원 규모의 금전대차계약서까지 작성해 사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창업과정은 순조로웠다.

남 대표는 “보이저엑스라는 회사명에는 ‘엄청난 투자’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데, 이는 위메이드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며 “창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많아 장현국 대표와는 카톡으로, 전화로, 메일로, 확인에 확인을 거쳐 가며 진행했다”고 말했다.

◇ 대표이사 확언 믿었는데… 이메일로 ‘투자불가’ 통보

순풍을 탄 듯 보였던 계약은 4월 24일 위메이드 박관호 의장과의 미팅 후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딥 러닝 기술의 사업성에 대한 논의가 오간 후, 돌연 밸류에이션을 기존의 절반수준으로 낮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결국 다음날인 25일 아침, 보이저엑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후 장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중국출장 중이라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가 4월25일 위메이드로부터 받은 투자 취소 메일.<남세동 대표 페이스북>
위메이드 관계자는 “논의 초기에는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이 사실이나, 사업플랜과 비전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던 중, 다양한 사업적 판단에 의해 계약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며 “부득이하게 투자가 무산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투자자와 피투자자간 협상 결렬은 업계선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또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구두로만 합의한 사항이라 법적인 책임을 묻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계약 성사가 확실한지 재차 문의하는 남 대표에게 장현국 대표이사가 100% 투자가 결정된 것처럼 거듭 확신을 심어준 것은 비판의 여지가 남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남 대표가 공개한 장현국 대표와의 메시지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투자가) 막힐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다”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투자금 중 10억원을 먼저 빌려주겠다는 제안을 할 정도였기에 투자가 취소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남세동 대표는 “SNS에 연재글을 올린 이후 위메이드 투자 담당자로부터 ‘절영지연(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하면 반드시 보답이 따름)’이란 메시지를 받았다”며 “명예훼손죄도 명예롭게 받아들일 각오로 글을 썼으며, 최소한 상장사 대표이사의 반복된 확언의 십분의 일 정도는 믿고 사업해도 문제없는 사업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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