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방문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 CNN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유럽은 ‘반 트럼프’ 열기로 뜨겁다.

나토·G7 회담으로 유럽을 방문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방위조약과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대부분의 이슈에서 유럽 정상들과 뜻을 달리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노선과 유럽 주요국의 반응을 전달하며 유럽연합과 미국의 앞날을 예단했다.

CNN은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서구를 약화시켰다”는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의 강경발언을 제목으로 차용해 독일과 미국의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브리엘 외무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은 더 이상 미국·영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의지할 수 없다”고 발언한지 하루 만에 “환경보호조약을 약화시켜 기후 문제를 가속시키거나, 분쟁지역에 무기를 팔거나 혹은 종교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누구든 유럽의 평화를 위험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9일간의 외국 순방을 “미국의 큰 성취”라고 표현한 것과는 정반대다. CNN은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원국들의 상호 방위를 명시한 나토헌장 5조를 공개지지하지 않은 것에 매우 화가 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동의하지 않은 것과 독일의 무역 흑자를 두고 ‘아주 못됐다’고 말한 것 또한 메르켈 총리의 변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카고 트리뷴도 독일의 발언을 “가장 부유한 유럽국가의 냉담한 태도”라고 표현하며 심도 깊게 다뤘다. 대서양 국제정세 전문가인 스테판 비어링 리젠스버그대 교수는 시카고 트리뷴을 통해 “어떠한 가치를 공유한다는 믿음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완전히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와 G7회담에서 보여준 태도를 “기대 이하”라며 “아직도 선거에서 이기려고 애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오는 9월 열릴 독일 총선을 의식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유럽 연합의 ‘탈 미국 정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독일의 군비 확장 등 유럽 국가들이 군사적 독립을 꾀하고 있는 것과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리는 우리가 아주 작은, 단순한 상징적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유럽 연합의 독립 기조가 비단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

미국의 가장 굳건한 동맹이자 유럽 연합과도 한 발 떨어져있는 영국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후한 평가를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카탸 아들러 BBC 유럽 편집장은 자신의 입장을 수시로 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예측불능”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유럽 연합이 미국으로부터 어떤 합의나 이해를 이끌어내더라도 며칠 만에 무효화될 수 있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가 랜섬웨어 공격과 맨체스터 테러 등 불안정한 정세에서 유럽이 의지할 곳을 잃게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또 다른 문제로 대영 외교에서 홍역을 치렀다. 영국은 미국이 맨체스터 테러 수사기밀을 유출한 것에 항의하며 중단했던 정보공유를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의 공식 조사를 약속한 후 재개한 바 있다. BBC의 북미 특파원인 앤서니 쥬셔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정보 공유는 신뢰에 기반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신뢰는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는다. 서서히, 깨닫지 못한 새 침식되다가 사라져버린다”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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