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 CNN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이 결국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각국 언론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선언 배경과 주요 인사들의 반응, 그리고 이번 선택이 향후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을 집중 분석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회원국들의 기온하락 노력·온실가스 제한·배출량 점검과 부유한 국가들이 가난한 국가들에게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5년 195개국이 협약에 동의했으나 미국은 이번 탈퇴결정으로 시리아와 니카라과에 이어 협약에 참가하지 않은 세 번째 국가가 됐다.

◇ “미국 국민에게 가혹한 부담”... 환경단체 강력 반발

CNN은 같은 날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언제부터 미국의 품격이 떨어졌는가? 언제부터 그들이 우리의 국가를 비웃었는가?”라며 국민감정을 자극한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이 미국 국민에게 "매우 가혹한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고 주장한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즈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둘러싼 각계의 반응을 자세히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공화당 내부의 찬반여론을 전했다.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에너지 생산과 일자리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공격을 철폐하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발언한 것을 비롯해 대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파리협약 탈퇴에 찬성한 반면, 수잔 콜리슨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기후변화는 세계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기후변화 협약에 동의한 장본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오랜만에 목소리를 냈다. 이번 탈퇴 결정을 “미래를 거부한 것”이라고 표현한 그는 “파리 협정에 남아있는 국가들이 결국 일자리·산업적 측면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기후변화협정을 옹호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키에란 스클링 생물 다양성 센터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지구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경멸을 확고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 기후 협력에 대한 무모한 거절이 미국을 도둑의 나라로 만들었다”며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애니 레오나르드 그린피스 미국지부 전무이사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세계기후문제의 리더에서 낙오자로 변신시켰다”며 이번 결정을 “수치스럽다”고 표현했다.

◇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국제적 고립으로 이어질까

블룸버그도 같은 논조로 미국의 국제지위 하락을 우려했다. 데이비드 트위드 블룸버그 기자는 ‘트럼프가 파리협약 탈퇴로 시진핑에게 기후정책 대표직을 넘겨주다’는 제하 기사에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가 중국에게는 ‘황금 같은 기회’를 주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동안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을 중국의 자유무역에 대한 입지를 강화하는데 사용했다. 지난 5월에는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포럼을 개최하고 세계경제를 미국이 아닌 중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리 슈오 그린피스 동아시아 고문은 블룸버그를 통해 “현 상황은 중국이 국제 주도권을 가져가기 좋은 기회다”고 의견을 밝혔다.

파리 협약의 본산인 유럽은 실망과 분노의 기색이 역력하다.

BBC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했으며 전화 통화를 통해 “자손들의 번영과 안전을 위해” 협약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과 캐서린 맥케나 캐나다 환경부장관도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맷 맥그래스 BBC 환경부 특파원은 트럼프가 언급한 재협상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경제적 국수주의자이자 기후문제에 대해서는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이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함에 따라 다른 국가들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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