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출범 한 달을 넘긴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방법론으로 보수 정권과 다른 길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경제계와 정치권의 반대 정서가 만만치 않아 어느 것 하나 쉽게 추진될 수 있는 정책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새 패러다임을 담는 그릇 내지는 정치 틀로서 협치 보단 실질적 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후로 협력정치를 통한 국정운영을 약속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6·10민주항쟁 기념식사에서는 “일자리는 경제문제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가야한다”면서 “우리가 도약할 미래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협치를 통한 사회적대타협의 결과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새 정부 우선 국정과제로 지정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일자리 문제의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일자리 현안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 섞인 반대 정서는 상당하다.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계는 현실론을 들어 정부 정책의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통신비 인하 문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1만 1,000원 인하 공약에 대해 통신업계뿐 아니라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미래부의 업무보고를 여러 차례 받으면서 진정성 있는 대안을 가져오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미래부는 단계적 인하안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경제계 입장을 대변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협치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김성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취약한 노동시장의 효율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강요하는 정부가 최다고용주가 되면 성장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저상장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주의적 노동정책을 해결하라는 유럽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경제 심리의 위축을 불러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계획에 대한 반응성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동안 새 정부가 협치를 강조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국정의 병목현상은 이미 시작됐고 이대로 가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 지적한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협치라는 건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고 야당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것”이라며 “우리를 이해해달라고 해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하기 전 단계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간의 일자리·복지·개혁 연대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광주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 광주’에 나와 “큰 그림, 그랜드 디자인을 통해 180석 이상의 연정 혹은 협치를 만들어야 법과 제도를 개혁할 수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사실 120석의 가장 취약한 정권이어서 박수도 치고, 그물도 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상철 교수는 “장관 인사의 경우 야당의 추천을 받는 등 연정에 준하는 통합정부로 국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게 해야지 정국 운영이 수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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