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연에 신용도하향 압박까지 이중고

▲ 호텔롯데.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꼬인다, 꼬여.” 호텔롯데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상장 추진은 표류하고 있는데다 주요 핵심 사업 실적은 대외 환경 악화로 갈수록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크레딧 시장에서도 우려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 무기한 미뤄진 상장… 추진 시기 '안갯속' 

롯데그룹 지배구조개혁의 첫 단추로 꼽혔던 호텔롯데 기업공개 작업은 브레이크가 걸려있다. 당초 지난해 6월께로 예정돼 있었지만 검찰 수사, 경영진 기소, 면세점 사업의 불확실성 등 각종 악재를 맞이하면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올해는 중국의 사드 보복 이슈까지 덮치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내부적으로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 시기는 불투명하다. 롯데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뿐 아니라 재판 이슈 결과도 지켜봐야 하는 만큼 명확한 추진 시기는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실제로 상장 추진 환경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새 정부 출범 후 대기업에 대한 서슬 퍼런  칼날이 겨눠진데다 주요 핵심 사업인 면세점은 중국 사드 보복과 경쟁 심화로 사업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IPO 재추진까지 지연되다보니 크레딧 시장에서도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호텔롯데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주요 조정 배경으로는 호텔롯데 매출 비중의 84%를 차지하는 면세업 부진과 중국 관광객에 집중된 사업구조에 따른 우려, 대규모 투자로 인한 차입금 부담 등이 거론됐다.

◇ 신용등급 관리도 '빨간불'

홍석준 한신평 연구위원은 “재무융통성이 우수하고 IPO를 통한 자본확충 가능성도 있지만 면세 부문 실적 부진으로 상장 재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며 “호텔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자금투입이 지속되고 있어 재무안정성이 추가로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텔롯데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133억원에서 48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3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3조8,000억에 달했다. 최근 2년여 간 롯데렌탈 및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투자, 뉴욕 팰리스호텔 매입 등에 자금을 투입하며 차입금 부담이 커졌다.

물론 면세점 사업에 따른 부진은 비단 호텔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텔신라 등 면세사업자 대부분이 업황 악화, 중국발 악재로 타격을 빚고 있다. 한신평은 지난달 호텔신라의 신용등급 전망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상장 숙제를 짊어지고 있는 호텔롯데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만약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된다면 상장 추진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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