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그룹 역삼동 본사의 모습.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개혁에 본격 나서면서 대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 순위 7위 GS그룹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부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계열사의 오너가 지분을 조정하는 등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선조치에 나서면서, 규제 대상 계열사가 가장 많은 GS그룹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상조 효과?… 의혹의 불씨 끄고 가는 재벌들

‘김상조 효과’일까. 재벌 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재계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공정위가 재벌 개혁의 신호탄으로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를 지목하면서, 재벌 기업들이 잔뜩 움츠린 모양새다. 오너 일가가 계열사 대표 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지분을 정리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시작은 한진그룹이다. 지난 15일 한진가 3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돌연 5개 계열사(한진칼·진에어·한국공항·유니컨버스·한진정보통신)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다. 한진칼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날 뜻을 비쳤다.

지분 정리도 약속했다. 한진은 조양호 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유니컨버스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니컨버스는 지난해 매출의 상당부분을 내부거래로 벌어들여,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6억1,200만원을 부과 받은 회사다.

바통은 한화가 이어받았다. 22일 한화S&C의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을 일부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IT계열사로, 그간 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다만 “한화S&C를 물적 분할해 지분의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딜을 진행 중”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지분 정리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10일도 안돼 나타난 변화들로, 앞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재계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장 변화가 기대되는 곳은 GS그룹이다. GS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계열사가 가장 많은 기업 집단으로 알려져있다보니,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내부거래 의혹’ 정면 돌파 자신감 드러낸 GS

지난 3월 공정위가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45개 그룹, 2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점검표를 발송했을 당시, GS그룹은 가장 많은 21개 계열사가 점검 대상에 올랐다. 최근 공정위가 최초로 공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비지주회사 계열사 수에서도 GS그룹은 13개로 1위에 올랐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대표적인 계열사는 옥산유통이다. 2005년 GS그룹 계열사에 편입된 이 회사는 미국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로부터 담배를 수입해 GS25 등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1,906억5,100만원) 가운데 32%(615억4,400만원)를 계열회사간 거래를 통해 거뒀다. GS가 4세인 허광수(20.06%)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허세홍(7.14%) GS글로벌 대표, 허준홍(19.04%) GS칼텍스 전무를 합한 총수 일가 지분은 46.24%에 이른다.

이외에도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보헌개발과 GS아이티엠 등도 총수 일가 지분과 내부 거래 비율이 모두 높은 GS그룹의 계열사다.

GS건설 관계자는 “계열사 수로 보면 1위지만 금액을 보면 다른 기업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며, 당장 오너가 지분 조정 등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예정”이라면서 “일각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회사들은 과거 LG 시절에 오너 일가가 운영하던 개인회사들로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는 선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감 몰아주기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 기준(상장사 30%, 비상장 20%) 이상이고, 내부거래 규모가 연간 200억원 또는 총매출의 12% 이상인 경우에 관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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