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8월 정의당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와 금속노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타이어에 대해 '산업재해 1등 기업'이라고 비판,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 잘 알려진 한국타이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한 행위의 상당부분이 좀체 개선이 되지 않고 있어서다.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을 불러온 노동자들의 집단사망사태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금 떠올랐고, 여기에 일감몰아주기, 일자리 창출 외면 등 논란거리가 산적해있다. 한국타이어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지만, 외부에선 이번 정권에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100여명 집단사망 ‘죽음의 공장’… 문재인 정권서 재조명 가능성

최대 관심사는 ‘근로자 집단사망 사태’다. 최근 20년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에서는 100명이 넘는 근로자가 각종 질병으로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만 따져도 폐암·비인두암·신경섬유종 등 암·순환기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46명에 달한다. 이들 중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인정을 받은 근로자는 4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했지만 대부분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발암물질인 벤젠, 솔벤트(톨루엔, 자이렌) 등을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장에선 제대로 된 교육과 안전장비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한국타이어 측은 산재협의회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과거 역학조사에서도 문제없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망 원인으로 꼽는 발암물질 역시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산재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한국타이어 산재 사망 수사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촉구서를 제출했다. 협의회 측은 근로자 집단사망 사태는 한국타이어의 전근대적 노무관리가 불러온 참사로 규정하고, 적폐 중의 적폐로 지적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사태에 대한 재수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사망 사태를 포함한 고무산업 종사자들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피재자(재해를 당한 사람)에 대한 치료 및 건강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 마련에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 정권에서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이자,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적잖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트럼프 정부엔 ‘눈치’, 문재인 정부선 ‘느긋’

현 정부가 가장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관련해서도 한국타이어는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신양관광개발 △엠프론티어 △엠케이테크놀로지 등 한국타이어 계열사는 높은 내부거래 비율로 숱하게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대부분 내부거래 비율이 80% 이상이고, 100%에 달하는 계열사도 존재한다. 이들 계열사의 지분은 조현식·조현범 사장 등 조양래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쥐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몸담았던 경제개혁연구소가 과거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일자리 창출’도 ‘남의 나라 얘기’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상반기 미국 공장 완공을 앞두고 현지에서 1,000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올 초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해 운이 좋았는지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미국발 보호주의무역’에 선제 대응한 데 대한 안도의 표현인 셈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5년 전부터 생산직 채용을 중단했다. 국내에서 대전과 금산 등에 2개의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2013년 이후 생산직 채용이 전무하다. 물론 미국의 경우 신규공장 증설인 만큼 상황이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타이어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양새다.

◇ 남이 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 한국타이어의 불편한 이중잣대

한국타이어는 올 초, 대전과 금산공장에 ‘자사 타이어 장착 차량만 출입하라’는 공지를 내리고 임직원들은 물론 협력업체 관계자들까지 차량출입을 통제했다. ‘애사심 고취 차원’이라는 게 한국타이어가 내세운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외국산 타이어가 장착된 고가의 수입차를 이용하는 모습이 최근 포착돼 구설이 일고 있다.

여기에 최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자사 타이어가 아닌, 외국산 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을 이용하는 모습이 포착돼 구설에 올랐다.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수억대 승용차인 ‘롤스로이스 고스트’에 프랑스 유명업체 미쉐린타이어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측은 해당 차량에 맞는 한국타이어 제품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지만, 홍보 차원에서라도 자사 제품을 선호하는 여타 그룹의 총수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 뒷말을 자아낸다. 일각에선 오너도 안 쓰는 자사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4월, 대전과 금산공장에 ‘자사 타이어 장착 차량만 출입하라’는 공지를 내리고 임직원들은 물론 협력업체 관계자들까지 차량출입을 통제했다. ‘애사심 고취 차원’이라는 게 한국타이어가 내세운 이유였다. 한국타이어 논리대로라면 경쟁사 타이어가 장착된 조양래 회장의 차량은 해당 공장에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조양래 회장의 ‘애사심’도 문제 삼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권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특권·특혜 철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사회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들어 상당수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았던 계열사들의 지배구조를 매만지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발표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코드맞추기든 눈치보기든 현 정권의 정책에 최대한 협조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모습은 이와 동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느긋하고 짐짓 여유로운 분위기다. 과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숱한 특혜의혹에 휩싸여왔던 한국타이어가 이번 정권에선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유명한 한국타이어 조양래(좌) 회장. 조양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우) 사장은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딸인 이수연 씨와 2001년 결혼했다.

한편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 23.59%를 보유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들들인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은 2016년 말부터 한국타이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 옮겨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양래 회장의 차남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딸인 이수연 씨와 2001년 결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 간이라는 점 때문에 지난 정권에서 숱한 특혜 의혹에 휘말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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