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본사가 위치한 서울역 KDB생명타워 빌딩 전경. <다음 로드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제1회 건설의 날 금탑산업훈장 수상’, ‘제2회 건설의 날 해외건설 10억불 수출탑 수상’. 중동신화의 여파가 계속되던 지난 1980년대 국내의 한 건설사가 이룬 업적들이다. 훗날 재계 12위 기업 집단을 일군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1969년에 자본금 2,500만원에 창업한 ‘미륭건설’이라는 곳의 옛 영광들이다.

그렇다. 동부그룹의 비금융계열사 가운데 주력 회사였던 동부건설의 전신이 바로 미륭건설이다. 한때 도급순위 9위에 올랐던 동부건설이 최근 건설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지 1년9개월 만에 조기졸업한 힘을 추진력 삼아 오는 2025년까지 국내 건설사 ‘탑10’안으로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 연간 실적 92% 달성… 재무건전성‧신용등급 ‘쌍끌이’ 상승 

동부건설의 달라진 위상은 최근 실적이 말해준다. ‘92%’. 동부건설이 이달까지 달성한 올해 수주 목표액을 퍼센트로 나타낸 수치다. 올해 목표치였던 1조3,115억원 가운데 이미 1조2,129억원의 신규수주가 달성됐다. 회사 안팎에서는 동부건설의 올해 수주 목표 초과달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수주는 공종별로 전 사업부문에서 균형 있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토목 5건 주택 5건, 건축 3건을 더한 총 13개의 신규수주가 반년 만에 이뤄졌다. 이 가운데 동부건설의 지분율이 절반이 넘는 주력 사업만 8건에 이른다. 30%가 넘는 사업도 5건이다. 미비한 지분율로 수주실적을 부풀린 것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내실 있는 수주가 이뤄진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동부건설의 호실적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기 무섭게 잇따라 신규 사업을 따내면서 기업 정상화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어놨기 때문이다. 회생절차를 종결 받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단 두 달 동안에만 1,981억원 규모의 수주를 체결하면서, 그해 전체 목표액의 3분의 1을 달성했다.

재무건전성도 회생절차 졸업 전후로 확연히 달라졌다. 법정관리 졸업 전인 지난해 3분기 494.3%에 이르던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138.7%까지 낮아지면서 자생력을 확보하게 됐다. 자금 유동성도 개선됐다. 기업의 위기대처능력을 가름할 수 있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지난해 3월 90.3%에서 올해 1분기 177.1%로 2배가량 호전됐다. 유동비율은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현금 동원력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식 가치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회생계획 절차가 종결된 지난해 10월 27일 당일에 1만500원이던 동부건설의 한 주당 가격은 이달 29일 1만4,900원으로 뛰면서 8개월여 만에 41%가 뛰었다.

◇  해외수주 마수걸이 시동…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주력

개선된 재무제표 구조는 곧바로 대외 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각종 신용평가기관에서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상향하면서 입찰경쟁력을 회복하게 됐다. 건설공제조합은 올해 1분기 동부건설에 지난해 3분기보다 2단계 상승한 A등급을 내렸다.

공공공사 입찰용에 사용할 이크레더블도 같은 기간에 BBB+로 2단계 상향 조정했다. 회생졸업 단계에 있던 지난해 3분기 D등급으로 평가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1분기에 무려 13단계 상승한 AA로 평가했다.

동부건설이 비교적 단기간에 기업 정상화 반열에 오르면서 회사를 진두지휘한 경영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법정관리 졸업 직전인 지난해 9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중길 사장의 카리스마 리더십이 적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신용등급 상향으로 영업력을 확보하겠다”는 이중길 사장의 발언대로 동부건설의 신인도는 크게 개선됐다.

동부건설의 컨트롤타워격인 미래전략실을 총괄하고 있는 유상철 전무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동부건설의 최대주주인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유상철 전무는 지난 4월 동부하이텍 지분을 전량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동부건설의 턴어라운드를 이끈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3, 4분기에 동부건설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재 해외 사업 마수걸이를 목표로 담당 직원이 배치됐으며 이와 연계한 전략수립 마련에 고심이다. 오는 11월까지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미래경영포럼 활동도 진행된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미래경영포럼를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와 포트폴리오 확대 방안을 마련해 회사 비전인 ‘Vision 2025 Sustainable Top 10 Builder’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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