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총리와 만나 평화적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회담’ 성과를 거둔 문재인 대통령은 G20으로 무대를 확대, 다자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나선다. 특히 출발 직전 북한의 ICBM 발사라는 대형악재 속에서 어떠한 성과물을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행을 처음 맞아준 인물은 메르켈 독일총리였다. 특히 독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분단을 겪었고, 통일 후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문 대통령도 메르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 점을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독일은 분단을 딛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남은 한반도 분단도 평화롭게 해결돼야 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독일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 저희가 함께 힘을 합쳐서 한국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 북한 ICBM 도발 속 다자외교, ‘신뢰’ 쌓기가 관건

문 대통령의 다자외교를 통한 대북구상은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의 영향이 크다. 독일 분단시절 서독 총리였던 콜 전 총리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통일을 위해 주변국 설득에 나서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콜 전 총리가 주변국의 도움을 받아 통일을 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세계대전 피해국가들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화해로 쌓은 신뢰가 있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 주변국들 사이 협력을 통한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정치권 내 외교통들도 같은 맥락에서 ‘점진적인’ 접근을 조언했다. 우리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차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거 미국 부시 정부와 대북노선에서 차이를 보였던 노무현 정부의 사례가 교훈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하는 대가로 대북정책 주도권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거절하면서 양국의 엇박자가 계속됐고, 북한의 핵개발을 초기에 막지 못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이번 G20 정상회의와 다자외교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은 ‘신뢰’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6일 오전(현지시각)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과 만나고, 7일 G20 정상회의 이후 10여개 국가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베신조 일본총리,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도 추진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사드배치의 당위성 설득을, 일본과는 한미일 공조강화를, 러시아와는 미러관계 완충역할까지 과제가 적지 않다. 외통위의 한 관계자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로 7일 자신의 구체적인 ‘대북 구상’을 밝힌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에서의 연설이라 부담감이 크다. 제재와 압박에 대한 요구가 크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대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설득한다. 출국에 앞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우리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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