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10일 새벽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강외교’ 복원과 ‘다자외교’ 기틀마련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안고 10일 새벽 도착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G20 정상회의까지 총 11일간의 빡빡한 외교일정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제사회에서 실종된 대한민국 외교적 입지를 되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외교일정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는 ‘주도권’이었다. 북한의 도발에는 ‘최대압박’으로 응수하면서도, 대화 테이블이 열린다면 ‘대화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였다. 첫 성과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 공동성명에 명기하는데 성공했다.

◇ 11일간의 외치, 대북정책 ‘주도권’ 찾기가 성과

6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원도 얻어냈다. 주도권을 갖고 통일을 이뤄낸 독일의 경험을 높게 평가하며 문 대통령이 도움을 요청하자, 메르켈 총리는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힘을 합쳐 한국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메르켈 총리는 G20 의장국으로서 “참가국 정상들이 북한 핵 도발을 논의했고 이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고 기자회견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G20 공동성명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의장국 정상의 발언을 이끌어낸 것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미·중·러·일 4강외교를 복원했다는 호평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6일 시진핑 국가주석, 7일 아베신조 일본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연달아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을 상대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 주도권을 우리 정부가 갖는데 협력을 얻어냈고, 아베 총리와는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압박 강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에 버금가는 ‘신 베를린선언’도 내놨다.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5대 정책방향과 4대 대북제안 구상을 밝혔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기반 위에 남북평화협정 등을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포함됐다.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굳은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다.

◇ 박근혜 정부와 달라진 외교적 위상 “국민들 격세지감”

이번 G20 정상회의 중간 이뤄진 한미일 만찬회동에서 3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한미일 공동성명은 23만의 일이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초다. <뉴시스>

특히 한미일 정상만찬 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공동선언문에는 ‘북한의 대륙간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 도발 규탄’과 함께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로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나가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평화적 방법으로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낸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담긴 셈이다. 23년 만의 한미일 공동선언문 발표에 보수야당들도 극찬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문제 관련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화한 데에 크게 주목한다”며 “북핵문제에 대한 최초의 한·미·일 3국 공동성명을 도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비록 G20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의장국 권한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문제를 별도로 거론하게 한 것 역시 적지 않은 성과로 본다”고 평가했다. 바른정당도 “문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물론 외교적으로 풀어가야할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당장 북한은 ‘통미봉남’이라는 기조 아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는 2015년 맺은 ‘한일위안부 협의’를 놓고 불씨가 여전하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외교적·통상적 마찰도 해결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한국이 한중 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사드배치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현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첫 다자외교 데뷔전에서 이른바 ‘코리아패싱’이라는 오명을 벗은 것은 주목할만한 성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사실상 대한민국은 국제외교무대에서 사라졌었다. 동아시아 주요 현안에서 한국이 배제돼 “코리아패싱”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실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동아시아 3국을 순방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의 만찬을 생략하고, 미일동맹을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일컫는 등 중요도에서 차등을 둔 바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4강 외교를 복원하고, 신베를린 구상과 사람중심 경제에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며 “코리아 패싱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국격의 추락을 느꼈던 국민들은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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