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이 5G 개발에 나섰지만, 고객들은 통신요금 인상 가능성에 우려를 내비친다. 사진은 국내 한 이통사의 5G 광고.<유튜브>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생각지도 못했던 속도에 적응하고, 새롭게 태어난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귀찮을지 모른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의 ‘차세대 통신기술 5G’ 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빠른 속도에 적응을 ‘귀찮아하기’보다 ‘그래서’ ‘또’ ‘얼마나’ ‘요금을 올릴 건데’라고 반문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차세대 통신기술 5G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범서비스를 보인 이후, 2019년 세계최초로 5G 상용화를 한다는 계획이다. 또 SK텔레콤도 2019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 중이며, LG유플러스 역시 다양한 협력사들과 5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이통사들이 포화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6,248만명으로, 인구수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KT의 5G 자율주행 버스 운전자가 자율주행 드론이 배송하는 물품을 수령하는 모습.< KT 제공>

◇ 고객들 “5G로 통신요금 더 내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5G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여기엔 최근 통신비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는 점도 한 몫 하지만, 무엇보다 5G가 필요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5G는 LTE(4G)보다 전송속도가 수백 배 이상 빠르면서도 통신 지연시간은 짧다. 이에 이통사들은 4K UHD 영화 한편을 수십 초 만에 다운로드 할 수 있고, VR(가상현실) 영상의 실시간 스트리밍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UHD 영상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스마트폰보다 큰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또 VR 감상 시 외부와 차단된다는 점에서 이동 중에 즐기기엔 적절하지 않은 콘텐츠다. 특정장소에서 와이파이 등으로 콘텐츠를 접하면 되는데, 왜 더 비싼 요금을 내겠냐는 반박이 나온다.

현재 5만5,000원대 요금제를 사용 중인 A씨(40, 서울)는 “LTE속도로도 동영상 스트리밍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며 “5G가 출시돼 동영상 다운이 빨라진다 해도 요금을 더 내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공학관 정문에서 SK텔레콤 자동차기술연구팀과 서울대 이경수 교수팀이 자율주행 S/W를 개발하고 있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 5G 기술 필요한 자율주행, 과금 가능할까

그나마 5G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자율주행부문이다. 물론 자율주행은 기본적으로 차량 스스로 센서를 통해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운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5G가 필요하지 않다. 차량의 목적지까지 도로상황을 전송하는 건 5G 보다 느린 통신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더욱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선 5G가 필수요소로 꼽힌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 중엔 센서로 인식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5G는 LTE와 다르게 달리는 차량에서도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고, 데이터 지연속도도 덜하다. (5G 기술을 활용하면) 달리는 차량들의 운행정보를 빠른 속도로 주고 받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반고객에게 과금 형식으로 자율주행 사용료를 받는 건 힘들 수 있다”며 “심야에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를 달리다가 12시가 지나서 요금미납을 이유로 정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일반 고객들이 LTE에서 5G로 넘어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5G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생태계가 구성되면 이를 활용한 새로운 디바이스 또는 콘텐츠가 자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란 뜻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LTE가 초기에 출시될 때도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많았다”며 “5G역시 연관 콘텐츠와 기술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5G로 고객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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