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임팔라는 출시 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958년 첫 출시 이래 10세대를 거치며 전 세계에서 1,6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 2004년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 대형 부문에서 줄곧 1위를 지켜온 쉐보레 최상위 모델.

2015년 8월 국내 출시 당시 한국지엠의 홍보 내용이다. 당시 한국지엠은 최대 연간 2만대를 판매목표치로 삼았다.

하지만 2년여가 흐른 지금, 이 차량의 월간판매 실적은 269대로 뚝 떨어졌다. 상반기 누적실적은 2,3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굴욕의 주인공은 ‘임팔라’다.

◇ 뜨거웠던 기대, 차갑게 식힌 ‘준비 부족’

한국지엠의 임팔라 출시 계획이 전해졌을 당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랜저가 꽉 잡고 있는 국내 대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기 충분한 존재감이었다.

임팔라가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매력은 판매 방식에 있었다. 한국지엠은 미국에서 생산된 임팔라를 수입해 들여오기로 했다. 이른바 ‘무늬만 국산차’인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를 향해 막연한 불신을 지닌 일부 소비자들은 이 같은 수입판매 방식에 열광했다.

임팔라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사전계약 단계에서부터 확인됐다.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3,000대를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팔라에 앞서 판매되던 알페온의 연간판매량에 근접한 수치였다.

하지만 이처럼 뜨거운 반응을 임팔라는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출시 첫 달인 2015년 8월 242대를 시작으로 9월 1,634대, 10월 1,499대, 11월 839대의 다소 아쉬운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신차는 출시 초기인 3~4개월 동안 신차효과를 누리곤 한다. 이 시기에 얼마나 바람을 일으키느냐가 향후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임팔라가 신차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이유는 물량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입판매 방식의 한계였다. 임팔라의 강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결국 수개월씩 기다리던 고객들은 하나 둘 씩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차로 눈을 돌렸다. 제 아무리 멋지고 성능이 좋은 차라도 출고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임팔라를 향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후 물량 정체 문제가 일부 해결됐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노조와의 갈등이었다. 노조는 수입판매 방식에 거세게 항의하며 국내생산을 촉구했다. 임팔라의 강점이 또 다시 약점으로 작용한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지엠은 임팔라의 수입판매 방식을 고수했지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출시 이후 줄곧 악재만 겹친 임팔라는 출시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7월부터 한 한 번도 월간판매량이 1,000대를 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가장 높은 월간판매량이 3월 407대다. 나머지는 모두 300여대에 그쳤다. 심지어 7월엔 269대로 300대조차 넘지 못했다. 임팔라의 월간판매량이 200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출시 첫 달(2015년 8월, 242대) 뿐이었다.

미국 대형 세단 시장의 전설적인 존재나 다름없었던 임팔라는 이렇듯 한국 시장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잃었다. 이제는 자신이 대체한 알페온의 판매량마저 미치지 못할 위기에 처한 상태다.

임팔라의 실패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판매준비가 충분치 않다면 실패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 한 국내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임팔라는 충분한 가치와 매력을 지닌 차량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임팔라를 실패작으로 만들었다”며 “초기 원활한 물량 확보에 실패한 점, 명확하지 않은 입장정리로 노조와의 갈등을 부추긴 점 등은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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