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신비 감면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ISD 소송 제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문재인 정부의 통신료 인하 정책에 반발 중이다. 그 중 한 논리는 통신비 인하 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투자자소송(ISD)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통신산업 특성상 ISD 소송까지 가기엔 힘들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진다. 다만 소송 승패에 관계없이 제소될 가능성도 있어, 정부도 통신비 인하 문제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통업계 “일방적인 통신비 감면, ISD 소송 제소감”

ISD는 외국인이 투자한 나라에서 불합리한 대우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해당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외국인 투자자 보호를 위함으로, 자유무역협정 또는 투자협정 등을 통해 보장되는 권리다.

제소 권리는 협정을 맺은 국가의 투자자가 가진다. 일반적으론 외국인투자자가 협정을 맺은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이 현지정부의 차별대우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ISD 소송을 제기한다. 다만 국제중재재판소는 외국인이 현지기업의 지분을 취득한 경우에도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투자자로 인정하는 추세다.

문제는 최근 정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 지분은 SK텔레콤 42.89, KT 49%, LG유플러스 48.57%에 달한다.

이통업계는 이 같은 이유로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강행할 경우, 자신들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ISD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국가의 불합리한 규제에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가 하락되면서 손해를 입었다는 논리 때문이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통신비 감면은 시장경제논리에 반한다”며 “ISD 제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신, 정부 규제산업… ISD 제소 쉽진 않을 것”

반면 일각에선 ISD 제소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 통상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협정 상 (정부의) 의무위반과 이에 따른 (외국인투자자의) 손해가 발생해야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통신사업의 특성상 통신비 인하정책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엔 힘들다”고 말했다.

먼저 이 관계자는 “ISD 제소요건엔 내외국민 ‘차별’ 등이 있다”며 “통신비 인하의 경우 업계 전반에 내려지는 규제이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별을 하지 않더라도 외국인투자자들의 ‘정당한 기대’를 보호해야 한다”며 “여기엔 정부의 법률 개정에 따른 규제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통신은 정부 독점사업에서 민영화 됐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규제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완전 개방한 분야와 특성이 다르다는 걸 고려하면 규제에 따라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예상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즉, 국내 이통3사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규제에 따른 수익감소 및 주식가치 하락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기에, ISD 소송의 대상이 안된다고 본 것이다.

실제 이통3사는 투자설명서 공시를 통해 ‘통신서비스 산업은 공공재적 성격으로, 사업인허가부터 요금규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정부의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또 과거 헝가리와 외국인 전력사업자 간의 분쟁결과도 이 관계자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다. 헝가리는 2006년 전력사업에 가격을 규제하는 제도를 도입해 ISD에 제소된 바 있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헝가리 정부의 규제가 합리적인 조치는 아니다”면서도 “헝가리 내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공정책에 부합하는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문제는 여전하다. 국제 투기자본을 주축으로 승패 여부에 관계없이 ISD 제소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송비용 등 국비지출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 건으로 제소한 ISD 소송에 현재까지 약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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