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발표 내용에 “먼저 사실관계를 봐야할 것 같다”며 입장 표명을 미뤘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사건이 발생한 2012년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이른바 ‘댓글부대’를 운영해 여론을 조작해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당장 불똥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튀었다. 재임 시절에 발생한 사건인 데다 당시 국정원 수장도 MB맨으로 분류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그는 관련 사건으로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상태다.

◇ 적폐청산 TF 2차 발표 예고… ‘윗선’ 수사 불가피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3일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5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한지 3개월여 만에 조직 내 사이버 외곽팀이 만들어졌다. 처음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전담 대응 9개 팀으로 출발했다. 이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열렸던 2012년에 30대 팀 총 3,500여명으로 확대됐다. 모두 민간인이었다. 예비역 군인·회사원·주부·학생·자영업자 등 보수 성향의 일반 사람들이 개인시간에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외곽팀 관리는 심리전단에서 맡았다. 인건비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서 처리됐다. 2012년 한 해 동안 지급된 비용이 무려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불법 조직이 운영된 셈이다. 그해 대선을 끝으로 외곽팀의 운영은 중단됐다. 일각에선 국정원의 댓글 조작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전임 정부 간 밀약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파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TF는 추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2차 발표를 가질 계획이다. 3일 공개한 내용은 중간조사 결과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MB를 포함해 ‘윗선’에 관한 내용이 추가 조사 결과에서 언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이 작성한 ‘SNS 장악 문건(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이 MB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기 어려워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과거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다시 지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뉴시스>

앞서 세계일보는 2015년 11월 입수한 국정원 자료 문건 8개를 공개했다. 이중 하나가 SNS 장악 문건이다. 국정원이 2011년 10월4일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 받은 뒤 그해 11월4일까지 작성한 문건으로, 나흘 뒤 청와대에 보고됐다. 이와 관련 TF는 “10·26 재보선 선거 직후 여당 후보의 낙선 원인 등을 분석하고, 향후 총선·대선에서 여당 후보 당선에 필요한 선거운동 방법 등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와대 보고 이후 SNS 대응팀 강화한 원세훈

주목할 부분은 다음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11월18일 심리전단에 SNS 대응팀 강화를 지시했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문건을 보고한 이후의 조치다. 실제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심리전단 1개 팀이 증원됐다. 국정원의 댓글 조작을 통한 대선 개입이 청와대와의 교감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데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TF는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결정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남은 공소시효는 5개월이다.

재수사가 유력시되자 검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지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건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로 결자해지와 명예회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기소를 추진하다 지휘부와 마찰을 겪은 뒤 좌천된 바 있다. MB 측은 TF의 발표 내용에 대해 “먼저 사실관계를 봐야할 것 같다”며 입장 표명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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