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포갈릭 인천송도점의 야외 테라스의 모습. 매드포갈릭은 2014년 썬앳푸드에서 법인 분리돼 MFG코리아로 독자 운영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용어마저 낯설었던 지난 1995년 미국서 ‘토니로마스’를 들여와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썬앳푸드. 이후 ‘스파게띠아’, ‘매드포갈릭’ 등 순수 개발 브랜드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중견 외식업체로 성장한 썬앳푸드가 최근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일각에선 외식업계 큰손으로 통한 남수정 대표의 경영 실책이 부른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신의 악수’ 된 법인 분할… 양대 법인 동반 하락

법인 분할은 기업에서 특정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애용하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독자 경영의 길을 걷게 된 신설 법인은 회사의 집중적인 투자를 받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곤 한다. 기존 법인에게도 법인 분할 카드는 이롭게 작용한다. 조직이 슬림화되면서 주력 사업에만 집중 할 수 있는 경영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효과를 고려해 기업 분할을 호재로 인식하는 편이다.

그러나 늘 예외는 있는 법. 법인 분할이 항상 기업이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사업간 시너지 효과가 증발하면서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의 경쟁력이 동반 하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중견 외식업체 ‘썬앳푸드’와 ‘MFG코리아(매드포갈릭)’가 여기에 해당한다. 썬앳푸드 남수정 대표는 2014년 기업의 핵심 브랜드인 매드포갈릭를 떼어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3년이 흐른 현재 두 법인이 처한 현실은 밝지만은 않다.

1세대 패밀리레스토랑 ‘토리로마스’를 들여와 2000년대 국내 외식업계을 호령했던 썬앳푸드는 오늘날 적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164억7,538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썬앳푸드는 20억의 영업손실과 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썬앳푸드가 적자기업이 된 데는 매드포갈릭 분사의 영향이 컸다. 매드포갈릭이 MFG코리아로 분리된 2014년의 매출은 80%가 감소한 100억원대로 급락했다. 영업이익 부문에서는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2000년 이후 첫 적자(50억5,610만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엔 당기순이익 부문에서까지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썬앳푸드의 적자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매드포갈릭과 같은 핵심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총 5개(텍사스 데 브라질, 시추안 하우스, 비스트로 서울, 식당돈, 모던눌랑)의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매장수는 9개 그칠 정도로 점포 확장에 애를 먹고 있다. 이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브라질 슈하스코 전문점 ‘텍사스 데 브라질’마저 다음달 런칭 2주년을 맞지만 매장 수는 현재 1개에 그치고 있다.

◇ ‘외식업계 큰 손’ 남수정 대표… 옛 명성 되찾을 수 있을까

썬앳푸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출점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브랜드 임팩트 활동이 뒷받침 되지 않아 추가적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일부 브랜드는 현재 테스트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자생력을 가진 브랜드를 보유해 흑자 전환을 이끌 구심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남수정 대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핵심 사업인 매드포갈릭의 수익성까지 악화됐다는 사실이다. 매출은 썬앳푸드 시절 때와 비슷한 600~7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익과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었다. 두 부문 모두 10억원 이하대로 하락하면서 10%대를 넘보던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2%대와 0.5%로 악화됐다. 그 결과 2015년 사상 첫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썬앳푸드와 독자 경영의 길을 걷게 되면서 판관비 등 사업 운영을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분사 후 썬앳푸드와 매드포갈릭은 각각 판관비로 100억원과 300억원 가까이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한 식구’였던 시기와 비교했을 때 1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부친이 운영하는 타워호텔 외식사업부를 별도의 외식기업으로 성장시킨 남수정 대표. 인재가 즐비한 재계에서도 보스턴대 경영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손꼽히는 남 대표가 실적 위기를 극복하고 외식업계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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