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방학이자 주말, 그리고 여름휴가의 절정이었던 지난 5일. 롯데월드에서는 아찔한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놀이기구 중 하나인 ‘플라이 벤처’가 운행 중 멈춰버린 것이다.

플라이 벤처는 지난해 12월 23일 오픈한 ‘따끈따끈’한 놀이기구다. 3D, AR(증강현실)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높이 12m, 폭 20m의 거대한 곡면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영상과 움직이는 의자, 향기·바람·안개 등의 특수효과가 어우러져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오후 7시쯤이다. 72인승 비클(움직이는 좌석)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문제는 그 이후다. 1시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결국 승객 중 한 명이 119에 신고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이 구조를 모두 마친 것은 오후 10시쯤이었다. 3시간 동안 꼼짝없이 갇혀있던 승객들은 즐거움을 위해 찾은 롯데월드에서 악몽을 경험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 우리는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그 말을 또 들어야 했다. “기다리라”는 말이다. 세월호가 남긴 아픈 상처를 다시 덧나게 한다.

물론 안전을 위해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기다리라”고 말한 롯데월드 측은 소방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그것도 1시간 넘게 말이다.

어느 사고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인명피해의 최소화다. 이를 위해선 구조당국의 신속한 출동이 필수다. 이보다 더 기본적인 안전수칙은 없다.

소방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롯데월드의 모습은 은폐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 소방당국의 출동으로 사고가 널리 알려질 경우를 걱정한 것 같다. 아마도 롯데월드의 안전이 의심받게 되고, 이미지가 훼손되고, 각종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걱정이 승객들의 안전보다 앞선 셈이다.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그렇기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다면 구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 다음,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발표하고 문제점을 확실하게 개선하면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신뢰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사고가 반복되지 않아야겠지만, 그 이후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승객들은 비교적 안심할 수 있다. 구조가 최우선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고 발생 이후 드러난 은폐의 정황은 불신만 키우게 된다. 그리고 영원한 은폐는 없다.

롯데월드는 이전에도 사고 은폐 논란이 꾸준히 반복된 바 있다. 불과 지난해 9월에도 자이로드롭이 멈춘 사고와 관련해 은폐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었다.

롯데월드는 롯데그룹이 우리 국민들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 국민 대부분, 어린 시절 롯데월드에 가는 것이 큰 설렘이자 즐거움이었다. 성인이 돼서도 친구 또는 연인과 롯데월드를 찾아 많은 추억을 남기곤 한다.

이처럼 롯데월드를 통해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해온 롯데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혁신을 선언했다. 핵심은 그동안의 양적성장 기조를 질적성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질적성장을 위해 선정한 네 가지 경영방침 중 하나가 ‘투명경영’이다.

하지만 롯데월드의 이번 사고 은폐 의혹은 롯데그룹이 천명한 혁신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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