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충북 제천시 봉양읍 마곡리 옛 봉양초등학교 봉남분교장이 지난 5월 18일 '한국차문화박물관'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중국 운남성보이차협회 한국대표처로 지정된 이 박물관이 서울이 아닌 제천에 자리잡은 것은 녹차에 심취해서 1974년부터 40년 넘게 차와 다구(차도구)를 수집했던 권진혁 전 대원대학교 국제교류원장의 제천 사랑 덕분이다. 지난 2010년과 2012년에는 한중 보이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2013년에는 차 도구 전시회를 잇달아 열 것도 권진혁 관장의 공이다.

전나무와 은행나무에 둘러싸인 아늑한 폐교에 자리잡은 박물관에는 보이차(普洱茶) 예찬론자인 '보이차 덕후' 권 관장이 중국, 티베트, 일본 등에서 수집한 2500여 점으로 그 가운데는 중국 소수 민족인 윈난성(雲南省) 나시족(納西族)의 동파(東巴) 상형문자로부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1950년대 홍인철병 등의 보이차까지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품도 적잖다.

“일제의 잔재와 같은 잘못된 음주문화에서 벗어나 우리 전통 다례와 같은 차 문화를 통해 인성과 힐링으로 행복을 영위했으면 한다”며 “한국의 차문화를 바꾸는 박물관”이라며 소개하는 권관장은 차 문화 보급이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차와 명상, 문인화, 서예, 서각 등 예술을 밑바탕에 깔은 대안학교도 구상 중이며, “제천의 대표적인 문화 쉼터이자 청소년 교육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마곡리 옛 봉양초등학교 봉남분교장이 지난 5월 18일 '한국차문화박물관(사진)'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최근에 이 박물관을 다녀간 임병걸 시인의 ‘천년재회(千年再會) : 권진혁의 한국茶문화박물관’이라는 시 한편을 통해 박물관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위가 한풀 꺾인 이 계절에 꼭 가봐야 할 차도 좋고 물도 좋고 사람도 좋은 곳이다.

창밖의 전나무 바늘잎 끝까지
푸른 하늘이 스며들 때
찻물은 끓기 시작하고
멈췄던 세월 다시 흐른다
윈난의 달디단 안개를 품고
잠들었던 어린 잎들
사내는 가만가만 몸을 적셔 깨우고
아이들 재잘대던 소리
끊긴 지 오래인 교실
향기로운 소리 울려퍼진다
천년을 기다려 돋아난 찻잎
시상반나 숲을 떠나
달려 온 말골짜기
사지를 쭉 펴고 더운 숨 뿜어내는
잎을 바라보는
사내의 얼굴에도 첫물의 미소
천년 전 어린 나무를 심고
물을 주었던 사내와
천년을 늙어 주인 품을 파고든 나무
질기고 간절한 인연
우려도 우려도 옅어지지 않는 향기
닫혔던 학교의 문
활짝 열리고
아이들이 다시 몰려온다.

중국 운남성보이차협회 한국대표처로 지정된 이 박물관이 서울이 아닌 제천에 자리잡은 것은 녹차에 심취해서 1974년부터 40년 넘게 차와 다구(차도구)를 수집했던 권진혁 전 대원대학교 국제교류원장의 제천 사랑 덕분이다. 사진은 관내 권진혁 관장의 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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